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정부의 풍력발전설비 보조금 지급과 희토류 수출규제 등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 제시한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며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USTR은 23일(현지시간) WTO 규정이행에 관한 연례 평가보고서에서 중국이 2001년 WTO 가입 당시 제시한 시장개방 약속 등 일부 주요 공약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행정부가 전날 풍력발전설비 보조금과 관련해 중국을 WTO에 제소한 데 이어 이날 USTR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정보통신기기 소재로 쓰이는 희토류(희소금속) 수출 규제를 철회하라는 미국 측의 거듭된 요구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지난달 중국의 대미수출이 1,53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이 내년 1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상무 및 무역 관련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철회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현재까지 그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수출제한 조치로 "희토류 국제가격을 중국 국내가격보다 훨씬 높게 조작했다" 지적했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점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 수출량을 지난해 대비 40% 줄였고 내년에도 수출관세 인상을 통해 수출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또 중국정부가 미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과도하게 교역을 왜곡하는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정부가 올해 자국업체에 거액 지원금을 제공, 원산지가 다른 국가 제품과 외국 서비스 업체들에 대해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지적재산권 관련 법집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에 더딘 것 등이 주된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풍력발전 설비업체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미국의 WTO 제소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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