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40ㆍKIA)이 또 한 번 굴욕을 당했다. 이종범은 24일 구단과 올해 2억6,000만원에서 7,000만원이 삭감된 1억9,000만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마쳤다. 7,000만원은 2007년 5억원에서 2008년 2억원으로 3억원이 잘려나간 이후 가장 큰 삭감 폭이다.
또 이종범의 연봉이 2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해태 시절이던 1997년 1억1,000만원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98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했던 이종범은 올해까지 13년 연속 2억원 이상을 유지해 왔다. "아유, (연봉 삭감은) 신경 안 써요. 지금 중요한 것은 내년에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인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종범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지난 9월말 정규시즌 종료 후 광주구장에서 꾸준히 체력을 다져 온 이종범은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 "연초가 되면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죠. 내년에는 전지훈련(1월 중순)도 빨리 시작되니까 그 전에 몸을 잘 풀어 놓을 겁니다."
이종범은 내년에 19번째 시즌을 맞는다. 1970년 8월15일생인 이종범은 며칠만 지나면 한국나이로 42세가 된다. 양준혁(41) 구대성(41) 등의 은퇴로 이종범은 현역 선수를 통틀어 맏형이 됐다.
"어쩌면 그렇게 세월이 빨리 갔는지 모르겠어요. 벌써 제 나이가 마흔두 살이라니…." 이종범은 허탈한 듯 웃었다. "후배들이랑 경쟁인데 살아남아야죠. 내년 개막 때까지 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겁니다.
이종범은 내년 시즌 4, 5월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노장들은 그래요. 시즌 초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초반에 밀리면 끝까지 만회하기 어렵죠. 저도 내년에는 4, 5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KIA는 최근 수년 동안 롤러코스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5년 꼴찌, 2006년 4위, 2007년 꼴찌, 2008년 6위, 2009년 우승, 2010년 5위로 매년 순위가 요동쳤다.
성적이 좋을 때는 괜찮지만 나쁠 때는 고참들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이종범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차례 은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내년에는 팀이나 저나 꼭 다시 일어설 겁니다." 이종범은 말끝에 힘을 실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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