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의 치마 길이가 지나치게 짧아 이를 지적하고, 치맛단을 뜯어 길게 만들어 입도록 했는데 다음날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교실에서 얼굴을 때렸다. 교장 선생님이 중재하자 수표를 내보이며 ‘이거면 되겠냐’고 조롱했다.”(서울 A중학교 담임 여교사)
“수업 뒷정리를 위해 교실에 남아 있는데 남학생이 분필과 지우개를 던져 머리에 맞았다. 학생들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수치심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경기 B중학교 교사)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 부모에게 이를 알리겠다고 하자 책상을 뒤엎고, 교탁을 걷어차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서울 C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2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공개한 교권침해 상담 사례에 따르면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고, 교실에서 폭행과 폭언을 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교사에 대한 폭행ㆍ폭언으로 징계받은 학생 현황’에서도 중학생의 징계건수는 지난해 205건에서 올해 315건으로 크게 늘었다.
교원단체에 접수된 상담 사례에 따르면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으며 여자 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리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총과 전교조는 “초ㆍ중ㆍ고교 구분할 것 없이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등 교권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두 교원단체가 다른 견해를 내놨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 이후 교권침해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교사에 대한 폭행 사건이 집중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12년 전 체벌을 금지한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도 최근 5년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4,000건에 이른다”며 “영국의 교실 붕괴 현상이 우리에게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 제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전교조의 엄민용 대변인은 “대입은 물론 외고 등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학생들은 고교 입시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점과 가족 해체 등 사회 전반적인 요인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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