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 만큼은 대단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과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임경숙씨의 아들인 김준(22)의 얘기다.
비시즌을 맞아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준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유럽에서 내 이름을 확실하게 알리겠다"면서 "유럽골프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탈리아 최고스타 몰리나리 형제와 한식구
11세 때 골프를 시작한 김준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2001년부터 이탈리아의 각종 주니어 및 아마추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상위권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미국에서 열린 FCWT 인비테이셔널 소그래스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2월 대학을 휴학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준은 프로 전향 후에도 이탈리아골프협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골프협회가 김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김준은 이탈리아의 형제골퍼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에도아르도 몰리나리, 마테오 마나세로 등과 한식구다. 프란체스코는 올해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HSBC 챔피언스에서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고, 에도아르도는 바클레이스 스코틀랜드에서 우승했다.
김준은 "이탈리아에서는 협회가 프로선수로 구성된 팀을 지원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은 29일 이탈리아로 출국,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프로팀과 함께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김준은 올해부터 알프스(Alps) 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EPGA 투어 3부격인 알프스 투어는 한 해 30개 정도의 대회가 열리며 매년 2월말부터 리그가 시작된다. 알프스 투어에서 상금랭킹 5위 안에 들면 챌린지 투어(2부리그)에서 뛸 수 있고, 챌린지 투어 상금랭킹 3위까지는 유럽선수들의 꿈인 EPGA 투어에 출전할 수 있다.
그 동안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던 김준은 내년부터 골프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김준은 "내년에는 운동에만 올인 해서 내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면서 "알프스 투어부터 착실하게 실력을 다져서 반드시 최고의 무대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 황제에 반했다
김준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자신의 방을 우즈의 사진으로 도배할 정도다. 김준은 우즈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적으로 훌륭한 챔피언은 많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타이거 우즈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즈는 승부욕과 집중력이 강한 선수다. 반드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법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우즈를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김준은 자신만의 주특기를 묻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참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벙커샷.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 등 모든 기술적인 부분은 자신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골프 핸디캡이 싱글인 김호철 감독은 아들의 실력에 대해 "아마시절 미국과 유럽에서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 재능은 분명 있는 것 같다"면서도 "보완해야 할 점은 근성이다.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과 헝그리 정신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호철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아빠도 유럽투어에서 캐디백 한번 메보자"면서 아들의 성공을 기원했고, 김준은 아빠의 기대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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