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백신 접종이 전국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족쇄를 채우는 일인 만큼 구제역 확산 속도는 어느 정도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당국의 방역활동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속 의심신고가 들어오고 있고 지역도 확산되는 추세여서,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접종 후 2주가 고비
구제역 예방백신은 구제역 바이러스와 유전적 형질은 같지만 안전한 인공 바이러스(항원)를 주입하는 일이다. 이 경우 가축에는 실제 바이러스의 접근을 막는 항체가 형성된다. 항체가 형성된 가축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백신접종 가축은 그렇지 않은 가축과 달리 구제역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구제역 확산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25일쯤부터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 하지만 곧바로 구제역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항원을 가축 체내에 주입한 뒤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얼마든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구제역은 계속해서 확산할 수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소에 예방접종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2주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며 “따라서 접종을 하더라도 소독, 사람과 차량의 이동통제 등 방역활동은 지속된다”고 말했다.
특히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경우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구제역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특정부위(인후두 등)로 숨어든 사례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 구제역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물집이 생기거나 침을 흘리는 등의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는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것. 예방접종 가축 자체가 감염원(carrier)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검역원 관계자는 “인후두 등에 숨은 바이러스는 항체에 의해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도태될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번 접종은 소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탓에 돼지, 사슴 등 다른 우제류 가축을 통해 구제역은 계속 확산할 수 있다. 또 이번 접종이 구제역 발생 17개 시군 중 안동 예천 파주 고양 연천 등 5개 지역의 발생 농장 반경 10㎞ 내로 제한된 만큼 이외 지역에서의 구제역 확산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또 다른 전쟁의 시작
예방백신 접종이 이뤄진다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지루한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처분과 병행해서 이뤄지는 접종인 만큼, 방역활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백신접종 가축들에 대해선 별도 관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개체에 일일이 식별번호를 부여해 도태될 때까지 매매(이동), 도축 등 모든 과정을 관리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백신접종 가축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피할 수 없는 대목. 그렇지 않아도 구제역 발생으로 축산물 소비가 주춤하는 사이 백신접종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은 더 고조될 수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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