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지역 초ㆍ중ㆍ고교 학교장 평가엔 학생들이 치른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장 평가 방식을 뜯어 고치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높을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현행 방식이 교장 간의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고 시험에 대비한 수업 파행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교육청이 22일 발표한 '2010학년도 초ㆍ중등 교장 학교경영능력 평가 계획안'의 핵심은 100점 만점에 20점을 반영한 학력증진성과 평가 항목을 없앤 부분이다. 이 항목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성적 향상도와 학력부진 학생 감소비율이 각각 10점씩 반영됐었다.
하지만 올해엔 학생교육성과 평가(40점) 항목이 신설됐다. 학습부진학생 지도 ,사교육비 경감 노력, 바른인성 함양, 소외학생 지도에 각각 10점씩 배정됐다.지난해엔 학생들의 성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교장들의 평가에 반영됐으나, 올해는 개별 학교에서 학력 부진 학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됐는지에 대한 정성(定性) 평가가 이뤄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별 학력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적 향상과 부진 학생 비율 증감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 교장이 적지 않아 이를 개선키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원래 성적이 좋았던 학교는 점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부진 학생이 많은 학교는 그만큼 학력 향상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다.
학생교육성과는 각 지역교육지원청별로 5인의 연수평가단을 구성해 측정하게 된다. 연수평가단은 퇴직 2년 이내의 전직 교장 1명, 학부모 1명, 교수와 연구원 등 교육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여건이 지역별로 다른 만큼 정성 평가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평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객관성 시비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의 성적에 지역별로 가중치를 둬 교장 평가를 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정성 평가위주로 바꾸면 오히려 객관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학부모만 참여했던 교장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올해부터 해당 학교 교사도 함께 참여해 학부모 10점, 교사 10점으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 S, A, B, C, D등급 중 최하 10%에 해당하는 D급을 2차례 이상 받은 교장은 중임 대상에서 배제된다.
시교육청의 이런 방안이 학교간의 지나친 경쟁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학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수업과 평가는 교육의 주요 기능인데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정책은 현장에서 학력 향상에 대한 소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장 평가는 교육감 고유 권한으로 정부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교별 정보공시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본래의 취지대로 학습 부진 학생 지원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방침과 관계없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계속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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