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동절기 석유 수요로 국제 유가가 2년2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최근 고공 행진을 거듭해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초에는 국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22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1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90.31달러로 전날보다 0.97달러(1.07%) 상승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9월29일(94.11달러) 이후 처음이다. 원유 이외에도 주석 등 일부 원자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미국에서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파와 폭설 등으로 겨울철 수요 증가도 원유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경기 회복은 긍정적이지만, 소요량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0.2%포인트 가량 높아진다. 한은과 민간 경제연구소의 내년 국제유가 전망치가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90달러대의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당초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유가 급등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며, 내년 평균가격은 80달러대 초반 정도"라고 말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도 "투기세력의 선물 매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배럴당 90달러에서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계절 수요가 지나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내년 평균 가격은 80달러대 중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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