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과 북한 억류 공포에서 안도감까지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극단으로 오갔다. 한번의 계산착오로 수백만명의 민간인과 군인들이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씨(tinderbox)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주지사와 함께 16~22일 평양을 방문했던 미 CNN방송 앵커 울프 블리처가 22일 CNN홈페이지에 20일 한국군 연평도 사격훈련을 전후한 긴박한 순간 평양에서 느낀 소회를 솔직히 밝혔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수차례 북한 측에 영변 핵시설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비상 상황임을 이유로 거절했다. 또 일행들은 체류기간 내내 북한 안내원의 감시를 받으며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봐야 했다. 하지만 평양시내의 터널에 조명이 꺼져 있고, 교실의 학생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수업을 받는 등 북한의 심각한 전력부족을 감추지는 못했다.
블리처는 평양으로 향하는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내 승무원이 붉은 유니폼에 하얀 장갑을 낀 매력적인 모습이었으나 평양공항은 하루 2,3대만 운항하는 작은 공항이었다고 첫인상을 적었다. 인터넷ㆍ휴대폰은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1분에 10달러의 요금을 내는 전화만이 유일한 대외통로였다.
그것도 걸 수만 있고 받을 수는 없었다. 다만 호텔방에서 CNN방송은 볼 수 있었다. 긍정적 놀라움도 있었다.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은 "쿨 하네요"같은 최신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평양 시내와 외곽 곳곳에 넓게 조성된 과수원도 인상적이었다.
블리처는 "자신의 방북기간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조짐을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전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벌써부터 대대적인 행사준비에 들어갔는데 그 전에 (급변으로) 북한을 재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불안한 북한정권의 앞날을 암시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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