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쓰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나 웹사이트엘 가끔씩 들어가게 된다. 나와 비슷한 초보엄마들이 올린 글을 읽으며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다 칼럼 소재가 퍼뜩 떠오르기도 한다. 최근엔 새로 나온 폐구균 백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엄마들이 많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새로운 폐구균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그리고 한달 여 뒤 또 다른 새 폐구균 백신이 나왔다. 그 전까지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폐구균 백신은 한 가지였다. 한 달여 새 갑자기 두 종류가 나왔으니 엄마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만하다.
새로 나온 두 백신의 차이는 얼마나 많은 폐구균이 들어 있느냐다.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폐구균은 자그마치 90가지나 된다. 주사 한 방으로 이 많은 균을 다 예방할 순 없는 노릇이다. 폐렴과 수막염, 패혈증, 중이염 같은 질병을 잘 일으키는 주요 폐구균을 골라 활성을 억제해 주사제 형태로 만든 게 바로 폐구균 백신이다. 6월 접종을 시작한 백신에는 폐구균이 13가지, 7월 접종하기 시작한 백신에는 10가지 들어 있다. 각각 13가, 10가 백신이라고 불린다. 이들이 나오기 전엔 7가 백신을 맞았다.
13가 백신에는 10가가 포함하는 폐구균 10가지 외에 추가로 3가지가 더 들어 있다. 그 3가지는 발견된 순서와 단백질 구조에 따라 3, 6A, 19A형으로 이름이 붙었다. 이 중 19A형은 지역별 분포 차이가 크다. 인도엔 거의 없고 미국엔 많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증가 추세다. 서울대 의대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5세 미만 영유아에게 생긴 폐구균 질환의 원인균을 조사한 결과 19A형의 비율이 1991~94년엔 0%였다 2001~03년엔 26%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19A형 폐구균이 들어 있는 13가 백신은 10가보다 비싸다. 10가 백신은 13만원, 13가는 15만원이다. 두 백신은 접종 시기도 조금 다르다. 10가는 태어난 지 6주 이상부터 만2세까지, 13가는 만5세까지 맞힐 수 있다.
결국 아이에게 어떤 백신을 맞출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지난 7월 대한소아과학회는 13가와 10가 백신의 이점과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라는 폐구균 백신 접종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적잖은 엄마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건 아직 많은 병의원에서 이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가격도 문제다.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사회에서 한 번 예방접종에 10만원을 넘게 내야 한다는 현실이 참 답답하다.
34개월 된 우리 아인 새 백신들이 나오기 전 이미 폐구균 예방접종을 4차까지 다 마쳤다. 전문가들이 권했다. 59개월 전까지 10가나 13가 백신을 1번 더 맞으면 7가에 안 들어 있는 균에 대한 예방효과가 어느 정도 생긴다고.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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