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잠잠하다. 20일 우리군의 연평도 해상사격 훈련에 대해 강력한 대응 타격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이틀이 지난 22일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와중에 돌연 ‘핵 사찰단 복귀 허용’ 방침을 외부에 흘려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별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와 개선 가능성이 열려있는 북미관계를 분리해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의 복잡한 속내는 20일 사격 훈련 직후 나온 북한군 총사령부 ‘보도’에서 잘 드러난다. 보도는 “(남측의)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며 즉각적인 보복 움직임에서 한 발 물러선 듯한 인상을 풍겼다. 보도는 그러나 “우리 혁명무력의 2,3차의 강위력한(강력한) 대응 타격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추가 도발 위협도 잊지 않았다.
남북관계는 휴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21일 남측의 애기봉 등탑 점등식을 가리켜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은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20일 노동신문)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가 억지력 확대에 목표를 둔 강경한 대북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에 맞서 추가적인 군사행동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북한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와 핵 사찰 수용이라는 두 사건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 당국자는 “두 사건과 관련 북한이 초청한 인사들이 모두 미국의 민간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넓게 보면 연평도 포격도 한반도의 위기가 이만큼 심각하니 하루빨리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만들라는 미국에 대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강ㆍ온 투트랙 전략의 중심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은 일단 대화 공세를 펴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20일 “북한의 시간차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고,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행동을 바탕으로 장차 해야 할 일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과 ‘선군(先君)정치’를 축으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군사 도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북한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를 육지로 옮겨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무력 시위, 대남 테러 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내달 1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이전까지 남북간 충돌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 구상이 대결 지속과 대화 전환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를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 제안이 북미 대화 채널을 복원시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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