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것저것 도움 받으면서 사는데, 어려운 사람들 돕는 건 당연하지. 우리가 누굴 도와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인천 만석동 쪽방 주민 김향자(73)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5,000원을 선뜻 내놓았다. 김씨에게 그 돈은 개당 15~20원씩 받는 볼펜 조립 일을 7시간 동안 쉼 없이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김씨를 비롯한 쪽방 주민, 노숙인 300여명이 15일 성금 모금을 시작했다.
22일 모금회에 따르면 사회복지기관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은 2008년부터 연말마다 인천 쪽방촌 등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해 기부를 하고 있다. 2008년 12월 87만1,610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121만1,430원을 모금회에 전달했다.
기부에 동참한 이들은 대부분 자활사업장에서 일하는 노인들로 샤프심 통과 만년필, 쇼핑백을 만들어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이렇게 번 돈은 1인당 한 달에 10만원 안팎.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기부행렬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만석동에서 시작해 올해에는 인현동, 북성동 등 다른 쪽방촌으로 기부가 확산된 것. 참여 인원도 당연히 늘 전망이다. 이 기관 쪽방상담소 박종숙 소장은 “처음에는 일회성 모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쪽방촌 주민들이 매년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이 분들 역시 ‘우리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24일까지 성금을 모아 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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