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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멋대로 '불능' 처리

입력
2010.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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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가 '진실규명'으로 의결한 '포항지역 미군폭격' 관련사건 3건의 조사결과를 나중에 독단적으로 '진실규명 불능'으로 뒤집어 유족들에게 통보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4명 등 15인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전원위)는 조사결과에 대해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위원장이 이미 전원위에서 의결된 사안을 나중에 독단적으로 뒤집은 것은 위법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뒤집힌 결론에 반발한 유족들이 이의신청을 제기, 23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진실규명 불능'으로 통보된 3건 중 1건이 다시 '진실규명'으로 원상회복되면서 위원장의 전횡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포항지역 미군 폭격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경북 포항지역에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당한 일로, 유족들이 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한 사례가 모두 10건. 당초 전원위는 6월30일 10건 중 5건은 '진실규명'으로, 나머지 5건은 불법적 폭격에 의한 희생 여부인지 규명이 불가능하다며 '진실규명 불능'으로 의결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전원위의 의결 결과를 유족들에게 통보하는 대신 재검토를 지시, 두 달 뒤인 8월19일 국장급 담당 특별보좌관 1명, 조사관 3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조사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당시 "당초 조사관들이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일부 내용을 조작하거나 누락했다"는 이유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TF의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위원장은 당초 '진실규명'으로 결정한 5건 중 3건을 '진실규명 불능'으로 뒤집은 뒤 지난달 3일 유족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규명과 관련한 조사결과는 전원위 의결로서 결정이 돼야 하는데 위원장이 임의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23일 열린 전원위에서 '진실규명 불능'으로 뒤집힌 3건 중 민간인 수십여명이 희생된 포항 마북리 미군 폭격사건은 다시 '진실규명'으로 복원됐다. 위원장이 결론을 뒤집은 포항 망천리 사건은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해 28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기욱 상임위원은 "의결된 사항을 위원장이 혼자 바꾼 것이므로 위법성이 있다"고 했고, 이상환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은 조사관들이 일부 내용을 누락ㆍ조작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한마디로 우습다"고 꼬집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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