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은 올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싹쓸이, 대마(大馬)를 잡는 쾌거를 이뤄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중국세에 밀려 우려를 낳았던 한국 바둑계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은 이슬아 초단이라는 '얼짱 스타'도 낳았고, 한국 바둑의 단결력과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한국 바둑이 비록 대마를 잡으며 바둑 중흥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다음 행마가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인천에서 열리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바둑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국 바둑은 지난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가입하면서 멘탈 게임의 영역을 벗어나 스포츠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TV의 바둑 해설을 보면 예전에는 이름 뒤에 단수를 붙였는데 요즘은 선수라는 칭호가 자연스레 따라 붙게 됐다. 바둑의 스포츠화를 일부 기사들이 반대하기는 했지만 찬반 투표를 거쳐 관철시켰다는 후문이다.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은 앞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의 접촉을 통해 바둑의 추가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니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바둑계로서는 모처럼 모든 기사들이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둑은 개인 경기인데다 국제대회를 나가도 국가대항전 성격보다는 개인전 성격이 강해 개성이 뚜렷한 프로 기사들로서는 아시안게임이 가슴 뭉클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상비군을 만들어 합숙훈련도 했고, 태릉선수촌에도 입촌 하는 등 보통 스포츠 선수와 똑같은 길을 걷었다. 응원가도 만들었고, 프로기사들이 응원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세계 바둑계는 한국, 중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예전부터 스포츠로 분류돼 있다. 반면 한국은 중간 정도에 와 있고, 일본은 아직도 바둑이 도(道)나 문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둑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바둑의 세계화나 저변 확대에 큰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둑이 스포츠화 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먼저 룰의 통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룰이 같지만 중국은 다르다. 우리처럼 집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돌의 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주최하는 국제기전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대회를 주최하는 개최국의 룰을 적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제한시간 문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생각시간 10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적용됐다. 그러나 아무리 속기로 둔다고 해도 300여수까지 진행되다 보면 2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제한시간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머리를 싸매고 한 수 한 수 최선의 길을 찾아 좋은 기보를 남겨야 하는 프로기사들로서는 선뜻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언뜻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서는 명인전(名人戰) 등 3대 기전 결승은 이틀에 걸쳐 한 판을 둔다. 그것도 7번기다. 2주일에 한 판씩 둔다지만 날짜로 치면 보름이다.
모처럼 맞은 바둑 중흥의 계기가 무산되지 않도록 250여명의 프로기사 등 바둑 관계자들이 신출귀몰의 묘수를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