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줬다" 진술 번복… 한명숙 재판 어떻게 되나]공여자 핵심진술 무너져 정황 신빙성 떨어져검찰 "회계장부 등 객관적 증거로 유죄 입증"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2차 수사만큼은 유죄판결을 의심치 않았던 검찰이 핵심 증인의 진술번복으로 암초를 만났다.
검찰은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들이 충분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5만달러 사건'처럼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어떤 카드로 난관을 극복할지, 또 재판부는 진술번복을 어떻게 판단할지 등을 놓고 법조계 주변에서는 관측이 분분하다.
검찰로선 진술을 번복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법정 진술이 거짓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한씨가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을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공소사실과 달리 6억원은 브로커 2명에게 성과급 등으로 지급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함에 따라 이들 브로커를 법정으로 불러내 한씨의 법정진술이 허위라는 점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이들에게서 "한씨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신들의 '검은 거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부인으로 일관할 수도 있는 브로커들의 진술을 재판부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이 한씨의 진술번복과 상관없이 얼마나 구체적 증거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전날 재판도중 한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은 공여자의 진술 외에도 관계자들의 일치된 진술이 있고, 회계장부와 비밀장부 등 객관적 증거가 많아 공소유지와 유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신속히 발표하면서 의연함을 과시했다.
검찰이 제시할 비장의 카드로는 한씨가 9억원을 마련하는 과정 및 한 전 총리가 이를 받아 사용한 내역 등이 담긴 계좌추적 자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회심의 카드'는 공판 전략상 밝힐 수 없다"고 밝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한씨의 진술번복 경위에 대한 검찰의 공략과 재판부의 판단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검찰은 "6ㆍ2지방선거 이후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는 한씨의 법정진술조차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실을 감춘 채 4월부터 11월까지 73차례나 소환조사를 받는 동안 일관되게 정치자금 제공을 순순히 시인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도 한씨의 진술조서와 법정진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날 재판에서 한씨가 지방선거 이후 작성했다며 A4용지 10장 분량의 메모를 꺼내 읽자 검찰이 이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도 한씨의 진실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공여자도 함께 처벌받는 뇌물사건과 달리 정치자금법은 공여자의 처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처벌에서 보다 자유로운 한씨가 애초 자금제공을 시인했던 이유와 이를 다시 번복하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