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심사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단기간에 평가하고 순위로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다. 다행히 심사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지자체가 한껏 성숙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초기의 우려도 점차 즐거운 작업이 되었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이 뽑은 대표를 통해 지역의 살림살이를 주민의 뜻을 반영하여 스스로 경영하는 제도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살림살이의 규모는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경영대전 평가의 초점인 지자체의 경쟁력은 외형적 살림살이의 화려함보다는 보유 자원을 활용하여 다수의 주민이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의 문제이다. 지자체 경쟁력의 원천은 주민 가치의 크기와 질에 있기 때문이다. 심사기준도 보유자원보다는 역량의 관점에서 리더십, 전문성, 의지, 몰입, 주민가치 등에 중점을 두었다.
부문별로 평가의 중점사항을 살펴보면 경영혁신 부문은 지역혁신을 위한 신규시책 추진 및 주민 만족도를, 기업환경개선 부문은 소득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농ㆍ수ㆍ특산물 부문은 브랜드 개발 및 유통망 확보 노력을, 문화관광상품 부문은 지역경제 활성화 정도를, 환경부문은 주민의 참여도를 주요 평가 요소로 삼았다. 정보화 부문은 활용 및 실질적 주민 혜택을, 복지서비스 부문은 차별성 및 이용성과와 주민 만족도를, 지역개발 부문은 소득증대 및 고용 창출을, 공공시설디자인 부문은 창조성 및 자연친화성과 실접근성 등을 각각 주요 평가요소로 고려하였다.
심사위원들은 보고서의 행간에 담긴 지자체 구성원들의 숨은 땀방울과 헌신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공감하려고 노력하였다. 심사를 통해 경영대전에 참여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한정된 자원과 열악한 환경 여건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헌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권위적 정권에 의해 중단 되었다가 어렵게 재개돼 16년의 세월이 지난 대한민국의 지자체가 더욱 성숙된 단계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사위원 모두는 경영대전을 통해 보여준 혁신의 노력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경영대전이 지자체 스스로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역량과 저변이 확산되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 지방자치경영대전이 '혁신 바이러스'가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에 전염되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정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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