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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고강도 긴축, 왕실에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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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고강도 긴축, 왕실에는 기회?

입력
2010.12.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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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강도 긴축이 영국왕실에게 정부 간섭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4년간 830억파운드(약 149조원)의 정부지출 감축을 지휘하고 있는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올해 기준으로 3,990만파운드(약 717억원)에 달하는 왕실 국고지원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신 60억파운드(약 10조7,700억원) 내외로 추산되는 왕실재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왕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1760년 당시 영국왕 조지3세가 왕실재산 수입을 정부에 귀속하는 대신 정부가 왕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왕실은 상세한 지출내역(the Civil List)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한 250년 된 전통의 폐지를 뜻한다.

이를 둘러싸고 보수-자유 연정 내부에서도 "왕권은 국민의 동의 위에 존재한다"는 영국불문헌법 위반이라는 논란에서부터 왕실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특히 왕실에 대한 정부보조금 폐지는 찰스 왕세자가 수십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것이어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왕실이 정부로부터 재정적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면 왕실의 정치에 대한 간섭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찰스 왕세자는 평소 '흑거미 메모(찰스 왕세자 서체 특징에서 따온 속어)'로 통하는 대정부 교서를 통해 보건에서부터 정치, 재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의견을 개진해왔는데 그 같은 개입이 더욱 적극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부와 국민들은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의 긴축에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 왕실은 '왕실보조금은 물가상승률에 연동한다'는 '인덱시제이션(indexisation) 원칙'에 따라 매년 지원액이 늘어나는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왕실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2013년 영국왕실의 예상수입은 3,000만파운드 내외로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유자산의 수익은 최근 10년간 125%가 늘어났고, 찰스 왕세자 소유자산의 수익도 지난 5년간 20%가 늘어나는 등 재산증식 속도가 빨라 왕실보조금 폐지로 인한 수입감소는 단기간 내 회복하게 될 전망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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