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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젊은 루저들 다룬 연극 ‘서울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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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젊은 루저들 다룬 연극 ‘서울 테러’

입력
2010.12.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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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서 그 부와 재산이 전달되지. 온갖 비리에! 청탁에! 잘난 회계사 고용해서 상속세, 재산세 다 위조해서 떼먹고! 청렴, 결백? 정직하고 착한 놈들이 과연 이 나라,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전철 고가선로 옆 옥탑방에 사는 취업 준비생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늘어놓는 독설이다. 거기까지라면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룬 여느 연극이나 다를 바 없겠다. 그러나 극단 배우세상의 ‘서울 테러’는 다르다.

원 맨 밴드 ‘모리슨 호텔’의 남수한(36)씨 덕택이다. “혼자 노래하는 데서 비롯된 단조로움을 피하려 한 달 전에 보컬 이펙터를 샀어요. 130만원이니, 인디 밴드한테는 비싼 값이죠.” 5호선 종점 마천역 쪽에 집이 있는 까닭에 대학로의 배우세상 소극장까지 오려면 1시간 반은 잡아야 하는 그의 사정으로 보자면 분명 비싸다. 그러나 객석 입장에서는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연상케 하는 음색과 분위기를 코앞에서, 그것도 활기 넘치는 연극 한 편을 보며 감상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셈이다.

그가 참여하면 연극이 음악의 세례를 받는다. 뮤지컬 형식이 아님에도 왜 연극 무대가 본디 노래와 긴밀히 연관돼 있는지를 알게 한다. 싱어 송 라이터라는 개념을 넘어 녹음과 제작까지 감당하니, 진짜 원 맨 밴드다. “CD 한 장 내는 데 제작자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현실이 싫었어요.”

1994년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연극과 인연을 맺고 이후 10여편의 연극, 뮤지컬 무대에 참여한 그에게 일감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서울시극단의 ‘순우삼촌’에서 작곡자, 음악감독으로 참가해 아코디온, 전자기타, 타악기, 허밍 등을 모두 조율하며 더욱 연극에 빠져들었다.

이제 극단 배우세상은 그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2008년 이후로 그는 ‘칼맨’ ‘일주일’ 등 이 극단의 무대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연극은)가장 돈 안 되는 장르지만 그들의 순수한 모습이 좋아요.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못 합니다.” 이번에도 연출자 이종훈씨와 리딩 작업부터 참여, 영감이 올 때마다 곡을 썼다. 노래와 극이 끝까지 서로 맞물리며 가는 이유다.

3년 준비해 최근 1집 앨범 ‘모리슨 호텔’을 낸 그는 “가진 것만큼 할 것”이라고 했다. 원 맨 밴드로서의 자부다. “2집을 내면 라이브 무대에서 밴드와의 모습을 보여주겠어요. 그러나 녹음은 꼭 원 맨 밴드죠.” 이제는 원 맨 밴드를 위한 하드웨어가 발달해 홈 레코딩까지 가능한 만큼 예술적 고집을 꺾지 않겠다 한다.

그는 마흔 살까지 5장의 앨범을 낼 거라고 했다. “그때쯤이면 나의 인기곡도 생기겠죠. 연극, 뮤지컬 작업을 함께 계속해 나갈 거예요.” 우리 무대를 지키는 힘 중의 하나다. 내년 1월 31일까지, 배우세상 소극장.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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