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젠'한우의 메카'인 강원도마저 불안하게 됐다. 정부는 구제역 대책의 최후 수단인 백신 접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1일 경기 가평군 하면 신하리에서 전날 의심 신고된 한우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구제역은 경기 양주, 연천, 파주, 고양에 이어 수도권에서만 5개 시ㆍ군에서 6건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2개 광역시도, 12개 시ㆍ군 38건이다. 전국의 살처분 대상 가축은 1,208농가 21만736마리로, 하루 사이 1만 마리 가량 늘었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생한 네 차례의 구제역 피해를 합친 것(21만7,000마리)과 맞먹는 수치다.
특히 가평은 강원도와 인접한 탓에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는 국내 최고 브랜드의 한우를 사육하는 축산농가들이 집중된 곳. 실제로 이날 강원 평창과 화천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충남 천안과 경기 연천, 포천, 김포에서도 연달아 신고가 접수됐다. 만약 평창과 천안 지역 신고 모두 구제역 양성으로 확인된다면, 이번 구제역이 경북, 경기, 강원, 충남 등 4개 광역시도로 번지게 된다. 정밀검사 결과는 22일 오전에 나온다.
구제역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지만, 감염 경로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북과 경기 구제역의 연관 관계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됐던 영국 연구소의 염기서열 정밀 검사에서도 두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일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구제역 백신 접종의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가축방역협의회 회의에서 백신을 처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다만 백신 처방은 부작용이 상당한 만큼 오늘 들어온 의심 신고의 결과가 나오는 22일 이후에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백신을 처방하게 되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면서 가축 수출이 제한될 뿐 아니라 동등성 원칙에 따라 구제역 상시 발생국인 중국 등으로부터 쇠고기나 돼지고기 수입 허용 압박을 받게 된다. 또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전국 가축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려면 비용도 1,600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백신 처방은 세계 각국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지금처럼 확산 속도가 빠르다면 백신 처방도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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