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훈련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긴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걱정이야.”
21일 만난 삼성호(號) 선주 박철훈(54)씨는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지난달 23일 북한 포격 도발 이후 한달 가량 조업을 거의 하지 못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피해보상금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연평도에 등록된 어선은 총 46척. 이맘 때 그물과 통발로 꽃게 주꾸미 등을 주로 잡는 이들 배가 거두는 수익은 하루 2,000만원선. 박씨는 “어망 철거비를 포함해 1척당 2,200만원 가량(총 9억9,400만원)을 보상해 준다는데 유실되고 훼손된 어구 피해만 1억3,000만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피해보상이 완료돼야 조업에 차질이 없는데 이 상태로는 어찌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의 불만을 느끼는 듯 인천 옹진군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어민피해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추가 지원 여지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의 시름이 가시진 않았지만 이날 섬은 전날과 달리 한층 활기를 띠었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오전부터 임시조립주택 24동의 부지 공사가 한창이었고 수협 인근 공터에서는 인부들이 포격으로 파손된 유리를 갈아 끼우기 위한 창호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임시조립주택 15동은 완료된 상태고 나머지 24동 작업도 이르면 내일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됐던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 간 여객선 운항도 재개돼 사격훈련 전 떠났던 주민들도 속속 섬에 돌아왔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의 부인 박미경(42)씨는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진 않지만 다시 떠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20일 예정됐다 사격훈련으로 미뤄진 공공비축미 매입도 이날 오후 이뤄졌다. 염훈권(62)씨는 “수매가도 떨어지고 작년보다 수확량도 70포대 정도 줄었지만 1등급(포대당 4만5,000원)을 받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웃었다. 북의 포 공격이 할퀴고 간 연평도의 생채기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었다.
연평도=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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