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마감하고 보니, 20일 전쟁 공포에 떤 것은 한국인뿐이었다.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날 오전에는 증시가 크게 흔들렸으나, 외국인은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오후 1시까지만 해도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10원 이상 오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던 외환시장도 북한이 핵 사찰을 허용키로 했다는 외신 보도 이후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다. 오후 3시 시장이 마감했을 때, 국내 금융시장 가운데 오전의 급락세를 회복하지 못한 곳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코스닥뿐이었다.
장 막판 급속 안정, 코스닥만 급락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 직후 1% 이상 떨어져 한 때 2,000선 아래로 내려갔으나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금세 2,000선을 회복했다. 시장이 마감했을 때 전 거래일 대비 낙폭은 6.02포인트(종가 2,020.28)에 머물렀다. 원ㆍ달러 환율도 이날 오전 12.10원 급등한 1,165.00원으로 시작한 뒤 1,172.30원까지 상승했으나, 북한이 핵 사찰을 수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오히려 전 거래일보다 2.7원 하락한 1,150.2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79포인트(2.50%) 급락한 497.95로 마무리하며 오전 낙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북한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전례가 이번에도 재연된 것. 실제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코스닥 하락 폭은 코스피를 압도했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단타 위주의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코스닥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과민 반응의 원인을 찾고 있다.
추가 도발 없다면 금융시장 영향 없을 듯
전문가들은 '알려진 뉴스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처럼 외국인이 이날 북한 리스크에 영향을 받지 않은 만큼 추가 도발이 없다면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인도 '코리아 리스크'를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방북한 CNN방송이 '북한이 핵 사찰을 수용하고 1만2,000개의 미사용 핵 연료봉을 외국(한국으로 추정)에 매각키로 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이 시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역대 남북관계가 보여 주듯이 북한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 금융시장은 그 즉시 출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은행세 도입과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의 악재와 맞물려 평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외환시장에서는 북한 변수의 출현은 이전보다 훨씬 큰 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단 오늘(20일)은 학습효과와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시장 충격이 크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예상보다 강한 반응을 보인다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도 있다"며 "은행세와 관련해 부과이율 등 구체적인 부분이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북한 변수가 돌출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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