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길을 물었다. 쿠오 바디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의’와 ‘공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전자책 원년’의 파고 앞에서 책의 운명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달라져야 한다는 긴장감이 뚜렷하다. 격동, 반성, 그리고 모색. 올 한 해 한국 출판의 기류를 이 세 단어로 정리해도 좋을 듯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돌풍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마이클 샌델의 이다. 5월 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지금까지 65만부가 팔렸다. 교보문고가 1981년 개점한 이래 인문서가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명강의’라는 후광도 작용했지만, 우리 사회가 정의에 그만큼 목말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의 등 근본적 가치를 다시 묻는 흐름은 우리 사회를 반성하는 책들이 화제가 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등이 그런 책들이다. 비판과 각성을 요구하는 책들의 행진은 10월 말 서점에 풀린 장하준의 신작 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다시 솟구쳤다.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이 책은, 대세로 굳은 신자유주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전자책, 이번엔 진짜다
10년 전 전자책 열풍은 기대와 달리 흐지부지됐다. 이번엔 다르다. 디바이스와 콘텐츠가 다 갖춰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사실상 ‘전자책 원년’이라 할 만하다.
전자책은 아직 완전히 착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대세임은 이제 누구도 부인 못한다. 종이책의 연장선에 머물던 단계를 벗어난 전자책의 진화에 종이책도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출판사들은 이제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추모 _ 노무현, 김대중, 법정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 와 이 불티나게 팔렸다. 현 정부를 비롯한 보수층이 두 사람의 집권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에 비추면, 의미심장한 반응으로 보인다.
3월에 입적한 법정 스님의 책도 대표작 를 비롯해 등 여러 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말빚을 남기지 않겠다”며 자신의 책을 절판해 달라고 한 스님의 유언에 따라 올해가 지나면 절판되겠지만, ‘맑고 향기롭게’ 살라는 스님의 뜻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점과 출판사의 생존 투쟁
신간 도서 할인율을 경품과 마일리지를 합쳐 정가의 19%까지 허용하는 현 도서정가제의 할인율을 10% 이내로 묶으려던 출판계의 요구는 도서정가제 시행령 개정이 무산됨으로써 좌절됐다. 출판계는 반발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을 죽인다는 원성이 높다. 온라인서점들의 할인 경쟁에 생존 위협을 겪어온 오프라인서점들도 반발했다.
동네책방들이 점점 사라지는 가운데, 지난 가을 부산의 3대 향토서점에 속하던 50년 전통의 문우당, 30년 된 동보서적까지 적자를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예스24, 인터파크 등 기존 인터넷서점의 아성에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이 도전해 신간까지 반값에 파는 등 공세를 강화함에 따라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납본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간 발행 종수는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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