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붐’에 대해 중복 출간, 번역 미비, 특정 지역 작품 편중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국내 다른 전집에서 볼 수 없는 세계문학 고전들을 만날 수 있는 가치있는 전집”(문학평론가 조영일)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문학과지성사가 펴내는 이 총서가 통권 100권(81종)을 돌파했다. 2001년 18세기 영국의 전위소설 , 스페인어로 쓰여진 첫 멕시코 소설 등 7권을 1차분으로 낸 지 9년 만으로, 이번에 세르비아 작가 두샨 코바체비치의 소설 와 통권 100권째로 193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가 출간됐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소설, 시, 희곡, 산문, 우화, 설화에 걸쳐 16개 언어권(21개 국)의 작품을 번역 소개해왔다. 이 총서는 자체적으로 세운 기준인 국내 초역, 중역 없는 직역, 작품 전체 완역의 원칙을 비교적 충실히 지키면서 기존 국내 세계문학전집들의 중복 출판 관행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문학적 의미가 높은 작품들을 발굴, 소개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책 중에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번역하기 까다롭거나 상업성이 떨어지는 책들을 출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첫 완역본인 (전10권),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 서양 풍자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등은 드물게 수만 부가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총서 발간은 대산문화재단이 19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국문학 번역지원 사업’과 연계돼 있다. 매년 각 언어권별 전문가로 구성된 총서 선정위원단이 선정하거나 번역지원자가 신청한 작품 10~15종의 번역자를 공모, 번역비를 지원하고 결과물을 출간한다.
이런 체계적 방식이 ‘돈 안 되는’ 책들을 10년 간 안정적으로 출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 운영위원장인 문학평론가 권오룡 한국교원대 교수는 “언어권별 문학 전문가들이 원작의 직역이 가능한 번역가 선발부터 결과물 심의까지 맡아 일정 수준 이상의 번역 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출간 예정 목록이 이미 마련된 150권을 넘어 총서 발간을 계속해 세계문학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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