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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대건설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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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대건설 누구에게

입력
2010.12.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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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어디로 가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아마도 현대그룹은 인수가 어렵게 된 것 같고,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인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대건설 인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의 재벌이 만들어진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재벌 구도가 확립된 것은 1960년~70년대다. 한국은 처음에 봉제 섬유 합판 등을 수출하면서 고도성장을 시작했지만, 곧 '산업정책'으로 전자 자동차 기계 조선 산업 등을 육성했다. 그런 산업을 담당할 기업가를 기존 기업가 중에서 골랐기 때문에 산업정책과 기업의 다각화가 맞물리게 되었다. 이것이 재벌체제가 완성되는 바탕이 되었다.

현대차도 옳은 대안 못돼

1980년대 이후에는 산업정책은 중단했지만, 확립된 재벌체제가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출을 떠맡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은 일부 첨단산업에서 자신의 상표와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재벌기업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산업화의 역사상 일본 다음으로 이룬 것이고, 개도국 중에서는 아직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 한편 문제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감에 따라 거대한 '제국'이 왕조 식으로 계승되어가는 것이다. 재벌 1세는 분명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지만 그 능력이 2세, 세까지 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점차 총수 일가의 지분이 엷어지는 데 따른 문제도 있다. 총수는 현금 흐름을 극대화해서 주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금융시장의 규율이 약한 것도 문제다. 무리한 투자를 해 놓고 이익이 나면 자기 공(功)이고 안 되면 사회가 떠맡아주는 '대마불사' 식 경영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99년에는 바로 그런 문제점 때문에 위기가 일어나서 나라가 거덜날 뻔했다. 위기 후 개혁으로 총수의 사익추구 행태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고 금융시장의 규율이 강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1백 수십 조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거기에는 현대건설 부실을 메우는 데 들어간 것도 있다.

지금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어렵게 된 것은 위기 후 강화된 금융시장의 규율을 견딜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는 것은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괜찮은 것인가. 이 문제는 재벌에 대한 긍정적 논리에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이 자동차보다 더 첨단산업이 아닌 한 그런 논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건설산업이 아니라 더 첨단기술이나 산업 쪽으로 진출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맞다. 그런 비전 없이 과거 회귀 식으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총수 영향력 하에 있는 현금 흐름을 늘리는 결과만 초래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현대건설은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가. 다른 재벌에 넘기는 것은 별로 현명한 대안이 못 된다. 97년 위기 직후 같으면 무조건 외국자본에 넘기자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안 될 노릇이다. 그렇다면 포철이나 KT처럼 '국민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문제는 있다. 경영 주체가 서지 않아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국민경제 관점 우선돼야

그러나 어차피 완전한 방법은 없다. 다만 구조조정 자금의 환수를 극대화한다는 눈앞의 목표 때문에 국민경제적 관점에서의 논리와 배치되는 일을 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자신들이 망쳐 놓고 국민 세금으로 살려 놓은 기업을 다시 그 당사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근본적으로 왕조식 계승에 대한 출구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2세들끼리 싸우면서 '적통' 운운하는 것은 과거 정주영 회장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왕조 식 계승의 문제점을 더 상기시킨다. '핏줄'보다 '능력'이라는 근대사회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그런 문제점 말이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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