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이 18일(현지시간)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공개하는 사람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이른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ㆍDADT)' 정책을 폐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일 AFP통신 등 외신들은 "1993년 마련된 이 정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주 서명하면 17년 만에 공식적으로 폐지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 법안 폐기안은 지난 16일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왔으며, 상원은 전체회의 표결에서 찬성 65 대 반대 31로 가결했다. 상원 표결에서 스콧 브라운 등 8명의 공화당 의원들과 조 리버맨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의 찬성 무드에 가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표결 직후 "상원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정책에 마침표를 찍는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며 "더 이상 군에 복무하는 용기와 희생정신이 성적인 기호 등에 의해 다르게 정의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ADT 폐지를 강력히 추진했던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라크 전쟁에서 처음으로 희생된 군인도 동성애자였다"며 "그의 다리를 앗아간 지뢰는 그의 성적 취향을 가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DADT 폐지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이라 내다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이날 상원에선 오바마 정부의 또 다른 소수자 대우 법안의 토론종결 여부를 놓고 표결에 부쳐졌으나, DADT 폐기와 같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8일 상원은 유년시절 불법입국자에 대해 미국 대학을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한 경우 합법적인 이민자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드림 액트(Dream Act)'법안의 토론종결 표결(60표이상 가결)에서 찬성 55, 반대 41로 부결됐다. 드림 액트 법안은 이달 초 하원에서 찬성 216 대 반대 198로 통과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발표문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결과이지만 현 정부는 드림 액트는 물론 여러 이민자 시스템 개선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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