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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日만화 '성표현 규제' 뜨거운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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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日만화 '성표현 규제' 뜨거운 감자로

입력
2010.12.1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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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화 속의 성적 표현을 규제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이에 거세게 반대하는 만화가ㆍ출판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도쿄(東京)도의회는 15일 과격한 성 묘사가 있는 만화의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도쿄도 청소년 건전육성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성행위 장면이나 성기를 노골적으로 묘사해 강한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만화에 한해서만 불건전 도서로 지정해 18세 이상이 살 수 있는 성인물 표시를 의무로 했다. 하지만 개정 조례에서는 묘사가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강간 등 ‘형벌법규에 저촉되는 성적행위’를 ‘부당하게 찬미하거나 과장해서’ 묘사한 작품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민법에서 혼인을 금지하는 근친간의 성행위도 묘사 방식에 따라서는 규제될 수 있다. 도의회는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 부대 결의로 ‘작가가 표현한 예술성, 사회성 등을 헤아려 신중하게 운용’토록 주문했지만 만화가, 출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표현의 자유도 자유이지만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만화로 출판했을 때와 불건전 도서로 지정 받아 성인 마크를 부착하고 비닐로 포장해 성인물 코너에서밖에 팔지 못하면 만화 판매량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고단샤(講談社) 슈에이샤(集英社) 쇼가쿠칸(小學館) 등 만화잡지, 단행본을 출판하는 대형출판사들은 도쿄도의 조례 개정에 대응해 내년 3월 개최하는 도쿄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긴급 성명까지 냈다. 출판사들은 성명에서 조례 개정 과정에서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었으며 “규제 대상이 여전히 모호한데다 확대”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도가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을 위해 2002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올해 3월 행사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출판사 등 244개사가 참가했고 관람객 약 13만명이 방문하는 성황이었다. 다수의 애니메이션 원작자들과 계약관계인 주요 출판사들이 일제히 불참할 경우 10주년인 내년 행사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조례 개정안을 제출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개정안 통과 직후 기자들 앞에서 개정 내용은 “일본인의 양식”에 부합하는 것이며 “자기 자식들에게 그런 것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고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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