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코리아 푸드 엑스포(KOREA FOOD EXPO) 2010'이 열렸다. 아시아 최대 음식엑스포인 만큼 나흘간 15만 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볼거리가 가득했던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식의 재발견이었다. 서양 코스요리 못지않은 각양각색의 한식 상차림부터 이색적인 막걸리 등 다양한 우리 음식이 맛은 물론 이야기까지 갖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식품산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자동차시장 규모는 연간 1.6조 달러, IT산업은 2.8조 달러인 반면 식품시장은 4조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가 몇 해 전부터 한식 알리기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2년 32조원이던 한국의 식품산업 매출액은 2005년1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부가가치 기능성 식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 식품시장에서 우리 식품의 점유율은 3.8%, 건강기능식품은 0.5%에 불과하다.
식품산업은 그 자체로 기여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예컨대 쌀 10kg을 쌀로 팔면 2만원에 불과하지만 햇반은 10만원, 떡을 만들면 12만5,000원, 술로 만들면 21만3,000원에 팔 수 있다. 또한 식품이란 매개체를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그 기반이 되는 농업과 외식업, 관광업 등의 발전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더욱이 우리 음식은 역사와 전통이 깊고 맛과 건강까지 겸비한 훌륭한 식품이다. 정부는 국가 주요사업으로 한식 세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8년부터 우리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식 및 국산 식품의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음식은 종합상품이기에 하루 아침에 세계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탈리아나 중국 음식처럼 세계인들에게 익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한식 세계화를 통해 확대돼야 할 것은 국산 식재료 수출이다. 해외 한식당에 수출할 수 있는 식재료 품목이 제한돼 있어 한식 세계화와 농업과의 연계가 미미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외식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해외 식품브랜드의 경우, 한해 약 2,000억 원의 로열티를 뜯어가고 식재료의 80%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우리 식품사업과 농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을 통해 관련 산업을 키우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우리 고유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국내 외식 브랜드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국내 농산물이 외식산업의 중요한 식재료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엔 국내 농산물 환경의 변화도 요구된다.
우선 외식산업에서 요구하는 규모나 형태로 생산지에서 가공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식자재 규격화, 표준화와 더불어 다양한 가공 식자재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전통식품과 향토음식, 고품격 쌀 등 우수한 농ㆍ축산물 수출의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강력한 성장동력이다. 특히 음식은 그 문화의 주인만이 전파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블루오션으로 꼽는 이유이다. 한식 세계화를 통해 우리 고유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의 훌륭한 농산물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경제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정광용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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