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슐로서 등 지음ㆍ박은영 옮김
따비 발행ㆍ520쪽ㆍ2만2,000원
흔히 잘 먹어야 잘 산다고 한다.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음식으로 양분을 고르게 섭취해야 한다. 상식이 되어버린 과학이지만 현실은 상식이나 과학과 거리가 멀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게 여러 먹거리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으나 사람들은 음식 때문에 병에 시달리고 비만에 고통스러워한다. 무얼 먹을 수 있을까보다 무얼 먹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대에 인류는 왜 음식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인류의 고통이 음식의 역습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젠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다국적 식품기업의 주도 아래 대량 생산되고 대량 유통되면서 식품은 본연의 순기능을 조금씩 잃고 여러 가지 역기능을 늘려가고 있다. 동족의 뼈 사료를 먹고 자란 소로부터 유발된 광우병의 비극은 그 대표적 사례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무분별한 유통, 농약 오염,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이 풍요로운 현대의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식품주식회사> 는 미국의 식품회사들이 만들어내 적용하고 있는 전지구적 식품 생산과 유통 시스템에 대해 날선 비판을 던지는 책이다. 과연 소비자 개개인이 고장 난 식품생산 시스템을 극복하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 이른바 '식품주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식품주식회사> 는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식품주식회사> 식품주식회사>
책은 <패스트푸드의 제국> 의 저자 에릭 슐로서, 영화 '식품주식회사'의 감독 로버트 케너 등 식품 문제에 천착해온 저명 전문가들의 글과 시민단체의 보고서 등을 13개 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비인간적 노동 조건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패스트푸드와 값싼 식품의 문제점, 스미스필드나 몬샌토 등 거대 식품기업들에 의한 식품 피해자 입막음 실태, 석유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옥수수에탄올 등의 문제점을 적시한다. 패스트푸드의>
특히 전혀 경제적이지 않고, 덜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대체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옥수수에탄올 문제를 다룬 5장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 사람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양의 옥수수를 단 한 번의 주유로 날리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국가보조금을 챙기기 위한 옥수수 생산업자 등의 로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경악을 넘어선다.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명료하다. 나만 혼자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현실이 나아지겠느냐는 회의적 태도야말로 환경 개선의 적이라는 것. 지금 당장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행동요령을 실천에 옮기라고 역설한다. 유기농 채소의 직거래 장터 설립이 개인과 지역공동체까지 건강하게 만든 사례 등을 들며 이는 불가능한 과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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