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튀김 닭 '통큰 치킨'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면서 노병용(59) 롯데마트 사장의 이번 한 주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향방에 따라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한 형국이 연출됐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이낸스빌딩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제1차 회의를 마치고 나온 노 사장은 취재진의 집중 질문세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롯데마트가 '연중 초저가 판매'를 내걸고 9일부터 전국 82개 점포에서 시작한 통큰 치킨의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할 뜻을 밝혔다. 그는 "1년 내내 저렴한 치킨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하며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곧 반전됐다. 논란의 축이 '대기업의 영세상권 침해'에서 '튀김 닭의 원가 문제'로 옮아가면서 여론의 화살이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로 넘어간 것. 하지만 통큰 치킨의 저렴한 가격을 옹호하는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되는 것도 잠시였다. 15일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가 "통큰 치킨의 원가보다 낮게 파는'역마진' 판매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으로 16일자 주요 일간지에 광고문을 게재해 다시 롯데마트가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이라이트는 16일. "나도 2주일에 한 번 정도 치킨을 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전해지면서 노 사장도, 롯데마트도 밝은 빛을 보게 됐다. 때마침 특가 한정 판매 제품으로 선보인 20만원대 넷북은 '통큰 넷북'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준비된 수량 1,000대가 4시간만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19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이사, 잠실점장, 판매본부장을 거친 노 사장은 2004년 매입과 판매를 총괄하는 영업본부장으로 롯데마트와 인연을 맺었고, 2007년 4월 대표로 취임해 롯데마트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노 사장은 이번 통큰 치킨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 출시 당시 임원진이 제안한 4,980원의 가격을 '미끼상품'의 이미지를 우려해 5,000원으로 조정한 것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통큰 치킨의 판매를 연말까지 지속하자"는 임원진의 의견을 뒤로한 채 개시 나흘 만에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도 그였다.
18일 '소비자 선택권'을 주장하며 통큰 치킨의 판매 재개를 요구하는 네티즌의 집회가 예고되는 등 통큰 치킨으로 촉발된 튀김 닭 논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 사장이 앞으로 어떤 파격적인 결단을 이어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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