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축의 시대' 종교와 철학 탄생한 시대 현자들 "공감·자비" 강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축의 시대' 종교와 철학 탄생한 시대 현자들 "공감·자비" 강조

입력
2010.12.17 12:07
0 0

카렌 암스트롱 지음ㆍ정영목 옮김

교양인 발행ㆍ 740쪽ㆍ3만2,000원

대략 기원전 900년경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 동서양 문명의 젖줄 격인 그리스, 유대, 중국, 인도에서는 유교, 도교, 힌두교, 불교, 유대교 등 세계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했다. 석가모니, 공자, 맹자, 노자, 소크라테스, 엘리야, 예레미야 등 종교적ㆍ철학적 현자들이 등장해 인류의 지성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말씀의 이정표를 세웠던 시대다.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이 2006년에 집필한 <축의 시대> 는 비슷한 시기에 정신 문명의 혁명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이 경이로운 시대를 조명한다.'축(軸)의 시대'(Axial Age)는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역사의 기원과 목표> (1949)에서 이 시기를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 축을 이룬 시대로 보고 붙인 말이다. 저자 역시 이 시기를 인류 문명의 기축 시대로 보고 "우리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정신적, 사회적 위기의 시기에 사람들은 늘 축의 시대를 돌아보며 길을 찾는다"고 말한다.

한 지역, 한 종교의 흐름을 통찰하기도 쉽지 않으련만 네 지역의 종교와 사상적 궤적을 장대한 서사극처럼 숨가쁘게 그려가는 저자의 솜씨는 그야말로 천의무봉. 구약성서, 우파니샤드, 리그베다, 논어, 노자, 일리어드 등 숱한 고전을 넘나드는 사유의 진폭도 입을 쩍 벌리게 한다.

축의 시대 700여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여정은 현란할 정도로 역동적이지만 이를 꿰뚫는 저자의 시각, 그러니까 그의 종교관은 명료하게 일관돼 있다. 이 시대 현자들이 발견한 정신적 혁명이란 타인과의 공감, 동양식으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우러나오는 자비라는 결론이다.

이 원리를 명료히 한 경구가 도덕의 황금률로 불리는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 는 것이다. 공자의'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 勿施於人)'이나, "당신에게 가증스러운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라. 그게 토라(모세오경)의 전부이다"라고 말한 유대 랍비 힐렐처럼 고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최고의 도덕률로 받아들여졌다. 무아(無我)를 통해 나와 네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하는 불교는 말할 것도 없고,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체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난의 인정과 자기 비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자신의 고통을 인정할 때에만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으며, 그 지점에서 변화를 이끌 행동을 시작한다." 축의 시대 역시 전쟁과 폭력, 증오가 난무한 고난의 시대였으며 현자들은 그때 인간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그 안에서 폭력의 원인을 찾아내 극복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저자의 종교관에 가장 펄쩍 뛸 쪽은 아마 기독교다. 종교는 윤리가 아니며, 절대자에 대한 믿음 없이 어떻게 윤리적 원칙이 나오겠느냐는 반박이 나올 터다.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축의 시대 현자들이라면 (그 질문에 대해)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먼저 윤리적 생활에 헌신하라고 말했다. 형이상학적 신념이 아니라, 훈련을 받아 습관이 된 자비심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초월을 슬쩍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