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윈 B 눌랜드 지음ㆍ조현욱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312쪽ㆍ1만4,000원
예일대 의대 교수이자 저명한 의학사가인 셔윈 눌랜드(사진). 신출내기 외과의사였던 40년 전 그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폐렴 후유증으로 왼쪽 흉곽에 고름이 찬 40대 남자가 입원했는데 아무리 애써도 고름을 빼낼 수 없었다. 체온은 매일 39도를 넘나들었고 안색은 파리하게 변했다. 병은 악화됐고 고참 의사도 비관적이었다. 그런데 수술 전날 환자를 회진한 눌랜드는 그가 입원한 이래 처음으로 열이 떨어진 사실을 발견했다. 환자는 1주일 뒤에는 퇴원할 정도로 회복했다고 한다. 몇년 후 그 환자를 우연히 만난 눌랜드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가를 물었다. "당시 저를 맡았던 수련의의 기대를 어떻게든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환자는 그 수련의가 비번인 날에도 저녁시간에 자신의 침상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죽어가는 자신이 어떻게든 낫게 될 것으로 믿었다며, 그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눌랜드는 의학 에세이 <의사, 인간을 어루 만지다> 에서 의사의 선의(善意)가 가진 치유력에 대해 들려준다. 단지 질병뿐 아니라 사람 전체를 보살피는 데 헌신한 의사들의 이야기, 환자들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심을 표명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묶었다. 1929년 의과대학에 처음으로 인간관계연구소를 설립한 밀턴 윈터니츠 같은 이들이 그들인데, 윈터니츠는 병든 신체기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의학이라고 여겼던 종래의 관념을 벗어나 "의학은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총체적 인간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인물이었다. 의사,>
저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거나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정부나 재단으로부터 교부금을 더 많이 따내는 의사가 더 대우 받고, '환자를 보살피는 법을 가르친다'는 교육의 본래 목표를 잊은 의대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리고 "의학의 과학화가 확대되면서 의학의 비인간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의료전문직에 종사하는 우리는 '의사 기술자'라는 경멸적 표현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라고 자기반성을 덧붙인다. 병든 이들을 보살피기보다는 치료하는 데만 능한 기술자가 더 많다는 그의 탄식이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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