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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한국의 초상화-形과 影의 예술' 돌베개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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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한국의 초상화-形과 影의 예술' 돌베개 출판사

입력
2010.12.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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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다. <한국의 초상화-形과 影의 예술> 에서 받는 첫 인상이다. 한국 전통 초상화 연구의 1인자인 조선미(62) 성균관대 교수가 쓴 전통 초상화 걸작 74점의 선집이다. 각 작품의 형식과 표현기법 등에 관한 미술사적 해석과 함께 초상화 주인공이 살다 간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역작이다.

도판이 많은 책은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든다. 더군다나 "터럭 한 올이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봤던 전통 초상화의 엄정하고도 깊은 세계임에랴. 돌베개 출판사 편집팀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전통 초상화의 생명인 '전신사조'(傳神寫照ㆍ형상을 통해 정신을 전달함)를 독자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눈부심이 없고 은은한 느낌의 미색 종이를 쓰고, 인쇄의 질은 최고를 추구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수염 한 올, 눈가의 주름 하나까지 세밀한 묘사를 통해 인물의 정신을 담아낸 걸작들의 진수를 오롯이 맛보는 안복을 누릴 수 있다.

편집은 2008년까지 5년간 돌베개 편집부에서 일했던 프리랜서 윤미향(38)씨가 주도했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10년 이상 전통문화예술 분야 책을 주로 만들어온 그는 이 책에 대해 "전통 초상화의 깊은 세계를 시각적으로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수록작 중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한말 순국지사 황현의 초상. "망국의 슬픔과 결연한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그림을 확대해서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 책은 지면의 시각적 디자인도 탁월하다. 본문과 각주 활자의 차분한 색상, 지면의 여백, 각주를 앉힌 자리, 사진의 크기와 위치, 각 장의 첫 머리에 가로로 지른 얇은 초록 띠 등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가독성을 높이는 이 야무진 손길은 돌베개 출판사의 노련한 북디자이너 이은정씨의 것이다. 저자 조선미 교수는 서문에서 '꼼꼼하면서도 대담한 편집력과 세심한 배려', '시원스럽고도 과감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말로 두 사람의 정성과 실력에 감사를 표시했다.

편집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일은 초상화의 메인 도판을 왼쪽에, 글은 오른쪽에 배치하느라 각 장이 짝수 면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맞게 도판의 크기와 수, 원고 분량을 계속 조정해야 했다. 한 권의 책은 이처럼 독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많은 노고 끝에 나온다.

윤미향씨는 "한국 전통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대중이 잘 모르는 게 안타깝다"며 "이 책으로 그런 이해를 돕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편집자의 이런저런 요구를 성실히 받아주고 몇 번씩 원고를 다듬어준 저자에게서 대가다운 도량과 인격을 느꼈다"며 감사를 전했다. 각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최상의 도판을 제공해준 박물관들도 고맙다고 했다. 이 책은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문판을 제작 중이다. 영문판 제작도 그가 맡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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