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비리를 제보한 죄로 파면된 교사는 교육의원이 된 반면 교사를 쫓아낸 이사진은 전원 물러나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16일 김형태(45)시 교육의원을 파면시켰던 양천고 이사진 8명 전원에 대해 취임승인을 취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탓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재단비리 혐의를 받은 양천고를 특별감사한 결과, 공사비를 횡령하는 등의 비리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8명의 이사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되면 양천고는 학교 경영진이 전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 전ㆍ현직 교장 등 7명을 중징계하고 재정결함보조금 1억7,700여만원도 환수키로 했다.
이 같은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발표는 김 의원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양천고 비리는 김 의원이 이 학교에 재직 중이던 2008년 시교육청에 "이사장 등이 학교 공사비를 부풀리고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급 수십억원을 횡령한다"고 제보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감사를 벌인 시교육청은 관련자에게 경고ㆍ주의를 주는 데 그쳤고 제보자의 신원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오히려 김 의원이 내부문서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됐다. 김 의원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복직 결정을 받았지만 재단은 다른 사유를 들어 파면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백방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검찰과 시교육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 의원이 6ㆍ2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서울남부지검은 7월 양천고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벌여 급식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5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이사장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시교육청도 그의 당선 직후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양천고 비리사건이 없었다면 교육의원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단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횡령 및 인사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진명여고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임원 5명의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전ㆍ현직 교장 2명을 중징계하도록 재단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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