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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파브르 곤충기' 김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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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한국 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파브르 곤충기' 김진일

입력
2010.12.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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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은 모두 정규교육을 못 받는 청소년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파브르는 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해 독학으로 공부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됐지요.”

곤충들과 40여년을 함께해온 노 곤충학자의 마음은 소박하고 맑았다. (전10권ㆍ현암사 발행)를 완역, 제51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진일(68) 성신여대 명예교수. 그는 수상소감을 묻는 말에 파브르의 정신을 되새겼다. “파브르를 보면서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는 국내에서는 아동물 정도로 인식돼 발췌본 형태로 유통됐으나, 곤충의 세계를 철학적 통찰과 빼어난 문학적 필치로 그려 ‘곤충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세계적 고전이다. 장 마리 파브르(1823~1915)가 56세 때 첫 권을 낸 후 86세 때 10권으로 완성하기까지 30년이 걸린 역작이다. 김 교수는 “현지에서 ‘곤충학자’ 파브르라고 하면 아무도 몰라요. 그는 ‘철학자’이자 ‘시인’으로 불립니다”고 말했다.

곤충의 행태를 면밀히 탐구한 파브르는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동물행동학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동물의 특정한 행동을 분석해 종 분화의 원인을 밝히는 동물행동학이 1970년대부터 등장했는데, 파브르는 이미 100년을 앞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 등 동식물은 1,500여종. 그 중 70~80%는 국내에 없는 종으로, 우리말로 이름도 확정되지 않아 쉽지 않은 번역 작업이었다. 김 교수는 “1990년대에 번역본이 나오긴 했는데, 전공자의 번역이 아니어서 아쉬웠다”며 “후배 곤충학자들은 특정 곤충만 전문적으로 연구, 내가 이 책을 번역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이공대에서 1978년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은데다, 국내 곤충학 도입 초기 세대여서 곤충학 전반을 공부한 일반곤충학자다. 가 한 세기가 지나서야 한국에서 번역 적임자를 만난 것이다.

완역본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7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초벌 번역작업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 편찬 작업도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김 교수는 파브르가 잘못 표기한 학명과 당시 알려지지 않은 학명 등을 일일이 바로잡았고, 우리말이 없는 학명은 새로 이름을 붙였다. 책은 또 곤충 세밀화 500여컷과 사진 800여컷 등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곤충 연구에 일생을 바쳤지만, 노학자의 요즘 마음은 편치 않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곤충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 “5년 전만 해도 집에서 연구실까지 1km 정도 걷다 보면 곤충이 100마리 정도 보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한 마리도 볼까 말까 합니다. 꽃피는 식물엔 꿀벌과 흰나비가 있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보기 어려워요.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조영호기자 voldo@hk.co.kr

■ 심사평

출판에서 번역 부문의 성취는 해가 갈수록 놀랍다. 출판인들의 열의가 그만큼 뜨겁고, 거기에 부응할 수 있을 만큼 역자들의 역량도 크게 자랐다는 반증일 터이다. 이런 세태와 맞물려 근래 몇 해는 고전 번역이 새로운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올해의 한국출판문화상 응모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고전의 대작들이 저마다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여 경합을 벌인 끝에, 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책에도 팔자가 있어서, 시대와 사람을 잘 만나야 그 가치가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이 책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원작이 출판된 지 한 세기가 지나서야 온전한 한국어판이 나왔는데, 그동안 이 책이 아동물 정도로 잘못 알려져 온 탓이 크고, 전문적이면서 문학적인 이 책을 제대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심사위원이 말했듯이, 이제야 신원이 회복된 셈이다. 좋은 그림과 사진이 더해져 더 좋은 책이 된 것도 선정에 보탬이 되었음을 밝힌다.

번역에선, 어떤 책을 번역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번역하느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텍스트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고전 번역의 경우, 역자의 과도한 개입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김석희ㆍ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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