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 경제의 순항여부를 좌우할 가장 큰 암초로 '유럽 재정위기'가 꼽혔다. 국내적으로는 거대 금융불안을 잉태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과,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큰 리스크로 지적됐다.
16일 본보가 경제연구소 거시책임자,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 경제학자 등 11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경제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산적해 있는 만큼 정부(5.0%)나 한국은행(4.5%)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실제 성장률이 기껏해야 4% 초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성장 둔화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긴축 등 대외적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해외불안이 확대되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 민 금융연구원 국제ㆍ거시금융실장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내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대외 리스크를 유럽 재정위기로 지목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른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적은 반면 유럽 재정위기는 지금 당장 진행되고 있으며, 파급효과도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적한 국내 리스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전문가들은 국내 리스크로▦저금리와 외국자본 유입 등에 따른 과잉 유동성 ▦연평도 유사사태나 북한 체제 급변 등 지정학적 위험 ▦가계 부채 ▦물가 상승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을 제시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이중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과잉 유동성을 지목했다. 하 교수는 "환율이나 물가도 문제이고 특히 물가가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라면서 "국내 유동성 과잉으로 거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급성'이 아닌 '만성병'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많은 가계 부채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장 민 실장과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더라도 기준금리는 천천히, 그러나 3.5%까지는 올려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과잉 유동성과 물가 상승이 내년 경제의 주요 우려사항임을 감안하면 중앙은행의 금리 정상화는 당연한 처방이라는 평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