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거액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게 항소심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횡령액 가운데 일부가 무죄로 선고됐을 뿐 그 밖의 혐의는 원심 판단과 같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성호)는 16일 황 박사의 연구비 횡령 및 난자 불법거래(생명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작된 논문 결과를 바탕으로 20억원의 연구비를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황 박사의 사기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2004년과 2005년 논문이 조작됐고 황 박사가 일부 검사에 대해 조작 지시를 한 사실도 인정되지만, 사기의 범의(犯意)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기록과 관련 증거를 재차 살펴본 결과 2004년 논문은 전체적으로 허위로 보기가 어렵고, 2005년 논문의 경우도 광범위한 조작이 이뤄진 게 사실이나 황 박사로선 논문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실제로 존재한 것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연구비 5억9,200만원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전액을 유죄로 본 1심과 달리 “1억500여만원은 금융거래 내역 등에 비춰볼 때 공소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복제돼지 관련 정부지원 연구비 1억9,2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나 불법 난자거래 혐의는 원심대로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황 박사는 청렴성이 요구되는 국립대 교수의 지위에서 자금세탁을 하는 등 계획적으로 거액을 횡령하고, 논문의 데이터를 조작했음에도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도 하지 않아 개전의 정이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황 박사를 엄격하게 형사 처벌하는 것은 과학자의 연구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가와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황 박사는 2004, 2005년 에 발표한 논문이 상당 부분 조작됐음에도 진실인 것처럼 속여 SK㈜와 농협중앙회에서 10억원씩 총 2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내고, 신산업전략연구소와 정부의 연구비 중 7억8,400여만원을 횡령하거나 챙기고, 난자 제공자에게 불임시술비를 깎아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황 박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서울대 개교 이래 최초로 석좌교수에 오르기도 했던 황 박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06년 4월 파면되자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복직 소송을 냈지만, 지난 7월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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