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점유율 52% 대 31%로 확대'담합 고발' 트집 잡아 연일 때리기 나서
대만 정부와 LCD 업계가 지나치게 한국 LCD업계를 연일 공격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대만 LCD 업체가 삼성전자의 자진 신고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 표면상 이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세계 LCD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대만이 한국에 뒤쳐지면서 궁지에 몰린 것이 실제 원인이다. 말하자면, 시장 패배의 화풀이를 엉뚱한 곳에 하고 있는 셈이다.
대만업체끼리도 고발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옌상 대만 경제부장과 대만 국회의원,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이사장 등이 연일 한국 업체들의 고발로 4개의 대만 LCD 업체가 과징금을 물게 된 점에 대해 "한국기업들이 동종업체를 고발하는 상도의에 어긋난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고발이란 1978년에 미국이 처음 도입한 리니언시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이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완전 면제 또는 경감시켜준다. 담합행위는 내부고발이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29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리니언시제도에 따라 가장 먼저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100% 면제받았다. 이번 리니언시 제도는 대만 업체들도 적극 활용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두 번째로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50% 경감받았다. 대만업체인 AUO와 청화픽처스도 적극 내부 고발에 나서 과징금을 각 20%, 5%씩 경감 받았다. 나머지 대만업체인 치메이와 한스타만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아 과징금 경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와 LCD 업계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한국업체만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언론들은 반한 감정 운운하며 민족 감정까지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실상을 아는 업계에서는 오히려 대만 업계가 적반하장식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이야말로 공정한 상행위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짓이며 이를 자진 신고하는 리니언시는 소비자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만업체들도 자진 신고를 했는데 이를 빼놓고 한국업체만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궁지에 몰린 대만 LCD 업계
대만 업계가 이처럼 억지를 부리는 배경에는 세계 LCD 시장에서 대만 업계가 궁지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LCD업체들은 한때 한국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했으나 2008년 이후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올 3분기에 대표적 대만 LCD 업체인 AUO는 영업이익이 0.2%에 그쳤고, 나머지 대만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해 대만업체들은 적자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LC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늘어나는 반면 대만 업체들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의 점유율은 1분기 50.8%에서 4분기 52%로 늘어날 전망이나, 대만업체들은 1분기 35%에서 4분기 30.9%로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업체들이 중국에서 차세대 LCD 공장 설립 승인을 받으면서 대만업체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중국은 향후 최대 LCD 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대만업체들은 대만정부의 규제 때문에 중국 공장 설립 신청을 아예 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업체들이 중국에서 LCD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대만업체들은 현지 대응이 쉽지 않아 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만업체들은 세계 LCD 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며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보니 이번에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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