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경기 연천군 노곡2리. 이날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가로 진입하는 길목엔 방역을 위한 흰색 천막 초소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부터 구제역 축산농가까지의 거리는 약 1㎞. 흰색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싼 연천군 공무원들은 경직된 눈빛으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일일이 차단했다. 한쪽에선 두꺼운 합판을 화물차에 옮겨 싣느라 분주했다. 이 합판들은 살처분 대상 농장에서 가축들을 한곳으로 모는데 사용된다.
초소 옆에선 마을 주민 서너 명이 칼바람을 맞으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축산업에 종사한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기어코 경기 북부까지 파고 들었다는 걱정 때문인지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20년 넘게 소를 키우고 있는 홍혁기(51) 이장도 마찬가지였다. 노곡2리 농장 2곳에서 추가로 의심증상이 신고돼 살처분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홍씨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경북 구제역의 확산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연천에서 1년에 두 번이나 구제역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벼농사는 망쳐도 그 해 뿐이지만 축산은 구제역 한 번에 수십년간 일군 기반이 완전히 붕괴된다"고 걱정했다.
경기 양주의 축산농가들도 초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남면 상수리 일대는 반경 3㎞ 안의 20여 농가들이 4만 마리에 이르는 돼지를 사육한다. 돼지 2,000여 마리를 키우는 김모(58)씨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고 혀를 찼다.
이런 가운데 양주시와 연천군은 구제역 확진이 판정된 오후 들어서야 방역을 시작해 '늑장 대응' 지적도 받고있다.
올해 초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경기 포천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천에선 220개 농가가 돼지 2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시는 이날 긴급방역대책회의를 열어 양주와 연천 경계지역에 초소 5개를 설치하고 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총력 방역 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연천(1만1,800여 마리)과 양주(6,500여마리)에선 구제역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의 소와 돼지 살처분이 진행됐다. 경기 북부에서는 1월에도 포천(5건)과 연천(1건)의 농가에서 발생한 소 구제역 6건으로 우제류 가축 6,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양주·연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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