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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7·끝> 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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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7·끝> 전문가 좌담

입력
2010.12.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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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 적용된 선진 소방시스템 구축해야"

한국일보와 소방방재청은 15일 정부종합청사에서 학계, 시민단체 등 국내 화재 전문가들을 초빙한 가운데 '화재와의 전쟁 캠페인 1년'을 진단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현대 도시 형태에 맞는 맞춤형 화재 대응전략'을 주문했고,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인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건축공학과)는 '과학적인 기술이 적용된 소방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화재 원천적 저감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큰 성과를 거뒀다"며 "시민의 자기책임 실현과 소비자의식 고취를 통해 화재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선진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획기적인 화재예방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사회= 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_'화재와의 전쟁'캠페인 1년이 됐는데 그 성과는 무엇이지요.

박 청장="이 캠페인의 목표는 화재의 원천적 저감입니다. 과거에는 화재 발생시 진화를 목표로 했지만, 이번은 원천적으로 불이 나지 않도록 해 화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우선 올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10% 줄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소방관 교육, 장비보강 외에도 화재 진압 전략과 전술을 재정비했습니다. 이 결과 목표의 3배가 넘는 32%나 인명 피해가 줄었습니다. 무려 140여명의 인명 피해가 감소한 것입니다."

윤 교수="선진국서도 산업사회 성장에 따라 화재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시도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방 안전이 잘 돼 있어 더 이상 피해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올해와 같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어든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윤 대표:"시민 입장에서 캠페인 효과가 이렇게 컸는지 미쳐 몰랐습니다. 매우 놀랍고 대단한 성과라고 봅니다. 불이 난 것을 어떻게 끌 것이냐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인 화재 절감 방안을 강구한 덕에 이런 성과를 거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_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의 화재 사망 비율은 높은 실정인데요.

박 청장="결과적으로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추진 중에 한 때 한계가 부딪쳤습니다. '화재와의 전쟁 2단계'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국민 스스로의 자기책임 실현입니다. 정부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재 사각지대인 저소득층 단독주택에 화재경보형감지기를 달아주는 2단계를 추진했습니다."

윤 대표="취약계층의 주택화재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맞춤형 화재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어떤 곳인지,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대응전략을 다르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감지기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감지기는 설치도 중요하지만 설치 후의 사용방법 고지, 배터리 교체 등 사후 교육과 유지ㆍ관리가 중요합니다. 저소득층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 소방관이 방문해 관리해야 합니다. 관리가 안됐을 때 효과는 반감됩니다."

윤 교수="단독형 경보감지기 설치가 간단한 일 같지만 개념 전환이 필요한 일입니다. 현대 도시에서 화재에 일일이 직접 대응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은 고층 빌딩이 많아 필사적으로 대응체계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수한 장비 등 소방시스템을 갖추지는 않고, 그간 소방관의 정신력만 강조했습니다. 이번처럼 감지기라는 구체적인 수단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마련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비로소 정책적 개선이 이뤄진다는 의미입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화재 피해를 줄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_취약계층인 57만 가구에 감지기를 보급하는 게 순조롭지 않을 거 같은데요.

윤 교수="감지기 설치비용만으로 감지기를 보급하겠다는 발상은 코미디입니다. 국가가 하려면 감지기 설치비용 외에도 국민에게 알리는 캠페인과 관리ㆍ홍보하는 비용도 투자해야 합니다. 이번만큼은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 일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경우 감지기 공급 비용으로 170억원 정도를 썼습니다."

윤 대표="일반 주택도 감지기가 있어야 하지만, 어린이집 같은 공동시설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설치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대국민 홍보를 비용편익 분석방식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감지기가 10달러인데 이를 설치하면 200달러의 피해 저감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했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 전략을 써 예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 청장="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화재로부터 안전한 마을 만들기'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향 부모님께 감지기를 보내드리는 것에서 시작해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이 면 단위로 감지기를 설치해줘 안전한 마을로 거듭나도록 하는 운동입니다. 전국의 군마다 한 개 이상의 면을 '안전한 마을'로 만드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투자를 해 감지기를 설치해주고 있습니다. 기존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이 부분을 새로 추가한 것입니다. 내년에 경보기 예산으로 5억여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_올해 소방방재청이 주목받은 제도가 많지 않나요.

박 청장= "비파라치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아파트 같은 곳은 지하에서 불이 나도 윗층에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방화문을 열어놨기 때문입니다. 또 비상구에 물건을 적치해두면 탈출 시 전기가 나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상구는 곧 생명줄 입니다. 비파라치 제도를 실시한 이후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일거에 해소 됐습니다. 제안자인 저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봤습니다."

_부산 주상복합 화재처럼 최근 급증한 고층빌딩에 대한 화재 진압 대책이 필요한데요.

윤 교수="지금 우리나라는 고층빌딩에 대한 법적인 보완도 필요하지만 사용관리상의 문제가 가장 시급합니다. 70㎙의 사다리차가 있어도 장비를 설치하는 도중에 한 개층은 전소됩니다. 장비에 의존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입니다. 이런 장비는 분명 필요하지만, 고층빌딩도 자체적으로 화재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고층건물이 허용되는 이유는 자체적 진압시설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숙련도와 과학적 시스템이 함께하는 게 선진 화재절감의 핵심입니다. 서울 등은 구조적으로 화재 진화가 어려운 도시라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 하기보다는 자체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해야 합니다."

윤 대표="부산 우신골드스위트 화재 이후 한 고층아파트 거주자에게 '화재가 나면 뭘 알아야 하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정보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는 방증입니다. 매달 열리는 반상회에서 화재 등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돼야 합니다. 또 실제 어떻게 유지ㆍ관리가 되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는 한 안전을 보장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박 청장="부산 고층빌딩 화재 이후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우선 건축단계에서부터 피난 엘리베이터, 스프링클러 등 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강했습니다. 둘째, 유지ㆍ사용 부분을 강화했습니다. 빌딩 관리자들이 화재 시 방화문 폐쇄 등 즉각 대응태세를 갖추고, 재난관리실도 운영토록 했습니다. 끝으로 고층 빌딩에 화재가 났을 시 대응할 진압용 헬기 등 장비와 전략ㆍ전술을 보강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의식입니다. 집을 선택할 때 안전이 보장되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소비자 의식이 발휘돼야 합니다. 그러면 건물을 짓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바뀌게 됩니다."

_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박 청장="부산 고층빌딩 화재를 보면 우리의 소방수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시 화재는 났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소방관들에 의해 자칫 사망할 수 있었던 사람이 살았다는 것입니다. '화재와의 전쟁'을 통해 전술적 효과는 이처럼 분명 있었습니다. 다만 소방장비가 부족한 점은 아직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고층빌딩 화재 진압에는 물포를 장착한 헬기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첨단 장비는 보완돼야 합니다."

윤 교수="고층빌딩 화재에 대한 대응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화재가 나면 소방관도, 시민도 많이 사망합니다. 우리는 약간의 화재에도 큰 일이 나는 것으로 생각할 만큼 이슈 전달이 잘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화재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지금처럼 추상적으로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지식지향적으로 해야 합니다."

윤 대표="화재 훈련을 할 때 실제 시나리오를 가지고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소방관들은 훈련할 수 있는 교육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소방관들이 실제 불을 경험하지 못한 채 화재진압 현장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는 총도 한번 안 쏴본 군인이 전투에 나가는 격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고도의 장비만이 아니라, 각 소방관의 능력을 배양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리=박관규기자 ace@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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