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작해 4년 동안 125회를 방송한 tvN의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8로 돌아온다. 17일 밤 12시 첫 방송하는 시즌8은 노처녀 영애씨가 결혼 준비에 돌입하는 내용. 시즌1부터 연출한 박준화 PD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고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김현숙(32) 얘기다. 4년 동안 영애씨로 살아온 그는 “CF 촬영장 등 다른 곳에서도 영애씨라고 불리다 보니 갑자기 ‘현숙씨’ 하면 오히려 깜짝 놀란다”면서 “마트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팬들도 손을 잡고선 ‘영애씨’ 한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옆집 언니나 아는 동생 같은 영애씨를 보고 자기랑 비슷하다는 동질감, 혹은 그보다는 내가 낫지 하는 위안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미니홈피나 메일을 통해 배우 김현숙이 아니라 ‘영애 언니’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단다. 하지만 ‘영애씨’ 탓에 쓴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누가 소개팅을 주선했는데, 제가 영애처럼 술 좋아하고 엉뚱한 짓 잘하는 거라 생각한 상대방이 정중히 거절하더래요.”
본명보다 ‘영애씨’로 더 많이 불리면서 캐릭터에 묻힐까, 혹은 배우로서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되진 않을까. 답변은 자신감과 우려가 반반. “저만 잘하면 되죠. 아쉬운 건 시나리오예요. 우리나라 여자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다양하지 못해요.”
그가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강렬한 캐릭터를 극복해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KBS ‘개그콘서트’에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로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사람들이 면전에 대고 다른 연기는 못할 거라고 했죠.” 하지만 그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하면서 출산드라의 꼬리표를 잘라냈다.
처음 16부작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드라마가 어느덧 시즌8이다. 동료 연기자들과도 이젠 가족 같은 사이. ‘영애씨’의 행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출산드라도 제가 먼저 내리자고 했어요. 소재는 고갈됐는데 연명하듯 가는 게 싫었어요. 영애씨도 마찬가지예요. 공감할 수 없는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그만 둬야죠.”
앞으로 그는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자 반칙왕’처럼 소시민을 연기하더라도 외모가 아닌 인간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춘 캐릭터를 예로 들었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다시 개그 무대에 설 수도 있다. 또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도 할 생각이다. “원래 독신주의였는데, 생각을 바꿨어요. 제게 ‘경험은 과학’이거든요. 연기자로서 결혼도 출산도 분명 좋은 재산이 될 테니까요.”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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