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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현장] <5>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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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현장] <5> 가요

입력
2010.12.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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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굵직한 이슈들이 도드라진 한 해였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잇달아 외국의 유명 음악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고 해외 쇼케이스와 공연도 잦았다. 뮤직비디오로나 볼 수 있던 세계적 아티스트의 방한도 심심찮았다. 걱정도 커졌다. 대중음악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종속화가 심화, 음악시장은 가수와 노래가 아니라 ‘예능꾼’과 후크(hook) 음원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앨범을 사는 사람을 찾기는 갈수록 힘들어졌다.

“갓코이(멋있어), 소녀시대!” 아이돌의 거침없는 하이킥

‘제2차 한류 붐’이라는 표현이 굳어졌다. 욘사마(배용준)가 일군 아시아 한류 시장의 주도권을 아이돌 그룹이 장악한 한 해였다. 40~50대에서 10~20대로 연령대가 낮아진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소녀시대는 지난 10월 26일 해외 여성 그룹으로는 30년 만에 일본의 대표적 대중음악 순위인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다.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의 빌보드 차트와 마찬가지로 감히 넘볼 수 없는 차트였다.

카라,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의 이름도 이 차트를 들쑤셨다. 일본 언론은 1960년대 비틀스의 인기에 놀란 미국 언론이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공습)’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착안해 ‘코리안 인베이전’이란 말을 만들어 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이 각종 음원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 수천 석 규모의 쇼케이스 입장권이 몇 분 만에 동났다는 소식이 아시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들었다.

국내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전국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소매점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한터차트에 따르면, 2010년 음반 판매 순위 20위 안에 아이돌 그룹(출신 솔로 가수 포함)이 17팀 포함됐다. TV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 영화 판에서도 올해의 핵심 키워드는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닌 소구력과 비례해, ‘5초 가수’ 논란 등 아이돌 편중 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던 한 해였다.

“한 곡에 5원?” 음원 다운로드의 서글픈 경제학

지난 11월 6일,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이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가난한 인디 음악인의 죽음은 디지털 음원 시장의 수익 배분과 관련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달빛요정이 음원 유통사로부터 돈 대신 일종의 사이버 머니로 음원료를 지급받았다는 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올해 신보를 낸 뮤지션을 인터뷰할 때마다 듣는 말은 “요즘 세상에 앨범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는 넋두리였다.

지난 8월 발간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09 콘텐츠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음반 시장 매출액은 811억원에 그친 반면 디지털(음원) 시장 매출은 5,264억원에 이른다. 비대칭적 성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음원을 팔아 번 돈이 대부분 유통사에 귀속된다는 것. 한 곡당 가수에게 돌아가는 돈은 기껏해야 수십원, 심지어 채 5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주류나 인디를 구분할 것 없이, 음악을 만들어 봐야 돈이 되지 않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온라인 시장에선 단 한 곡도 1주일 이상 다운로드 순위 톱을 지키지 못했다”며 “2010년은 대중문화 상품으로서 음악의 수명이 한층 더 짧아지고, 음악인들의 양극화가 심화된 해”라고 분석했다.

“펫샵보이스가 왔다!” 국내에서 즐긴 슈퍼세션 무대

밥 딜런, 스티비 원더, 펩샵보이스, 뮤즈 등등 초대형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 줄을 이은 한 해였다. 키스 자렛, 벨 앤 세바스찬 등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세계 정상급 실력을 인정 받는 뮤지션들도 한국을 찾아왔다. 톱스타의 내한 공연은 몇 해 전부터 점증, 올해는 거의 매달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내년에도 스팅과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대형 공연이 연초부터 예정돼 있다.

CBS ‘FM POPS 한동준입니다’ 작가 소승근씨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같은 행사의 열기가 해외 스타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한국이 매력적인 무대로 인식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세계적으로 음반 판매가 줄어듦에 따라 톱스타들이 적극적으로 공연에 나선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소씨는 “올 한 해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서 보여준 한국 팬들의 광적인 분위기가 해외 메이저 레이블에 강렬한 인상을 줬을 것”이라며 “공연과 음반ㆍ음원 프로모션을 연계하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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