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고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고기

입력
2010.12.15 12:01
0 0

아이 키우는데 돈 많이 든다고들 한다. 이젠 기저귀나 분유 값도 안 들고, 장난감이나 옷이야 비싸지 않은 걸로만 가끔 사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얘기에 선뜻 공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졌다. 아이가 고기 맛을 알면서부터다.

주말이면 우리 식구는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다. 평일에 남편과 아이와 셋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미안한 마음과 편하게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대부분은 집 근처 고깃집엘 간다. 고기 2인분을 시켜 불판에 얹고 지글지글 익는 소릴 들으며 남편과 난 소주 잔을, 아이는 사이다 잔을 부딪치다 보면 피로가 싹 달아난다. 한시도 가만히 못 앉아 있는 아이가 고기 익었다 하면 얌전해진다. 이 녀석이 1인분 넘게 먹어 치우는 바람에 엄마 몫은 언제나 된장찌개뿐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하는지 아이는 주말이면 “엄마, 꼬기 먹고 싶어” 하며 조르곤 한다.

진화영양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형태와 지능을 갖도록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뜻하고 울창한 숲에서 과일을 따먹으며 살았던 영장류는 주로 고릴라나 침팬지, 원숭이로 진화했다. 반면 건조한 초원 지역에서 적응해야 했던 영장류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시작하면서 입맛은 잡식성이 됐고,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해서 약 700만 년쯤 전 원시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도 인류의 음식 섭취량 중 20~40%가 고기였다고 한다. 200종이 넘는 영장류 중 가장 높다. 침팬지는 5%도 안 된단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사냥을 하면서 언어와 뇌가 발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뇌가 형성되는데 꼭 필요한 비타민B12가 채소나 과일엔 없고, 고기나 달걀에만 들어 있다는 점도 이 추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고기의 영양성분은 성장발달에도 중요하다. 특히 성장기 유아가 고기를 잘 안 먹으면 빈혈에 걸리기 쉽다. 철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채소에도 철분은 들어 있다. 그러나 고기와 채소 속 철분은 좀 다르다. 고기에는 철이 헤모글로빈(피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단백질)과 결합한 형태(헴철)로 존재한다. 헴철은 채소 속 보통 철분보다 흡수율이 4배 정도 높다.

아이가 고기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나도 관심이 늘었다.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와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흰 고기는 영양학적으로 다르다. 붉은 고기에는 피 속 콜레스테롤 농도를 올리는 포화지방산이, 흰 고기에는 뇌 발달에 꼭 필요한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다행히 우리 아인 고기라면 소든 닭이든 오리든 가리질 않는다.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외식 때 남편이 웃으며 그랬다. 다음부턴 3인분 시켜야겠다고. 우리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