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내년 예산 단독 처리 여파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던진 불안을 덜고 세밑의 온정이라도 부추겨 국민에게 위안을 던져야 할 정치의 기능 부전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야당은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투쟁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지만, 여당은 이를 외면한 채 정치 방학을 맞아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정치 공백은 예산 국회 이후 부쩍 자주 거론되기 시작한 권력누수(레임덕) 조짐과도 닿아 있다. 이른바 '형님 예산' 등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나, 믿을 건 지역 민심밖에 없다는 여당의 인식이 모두 같다. 더욱이 이런 때일수록 확고하게 자기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마저 온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지적되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정부 내의 빈 자리와 마음이 떠난 장관이 의자만 지키고 있는 자리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떠난 뒤 3개월째 공석인 감사원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려고 사퇴한 뒤 5개월 반째 비어 있는 국민권익위원장, 8ㆍ8개각에서 교체됐다가 후임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거치며 낙마하는 바람에 어정쩡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다.
사실상의 수장 공백 상태로 빚어진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해당 부처나 기관의 기강과 일손이 확연하게 무디어진 것은 물론이고, 영화진흥위원장 을 비롯한 산하조직 인사까지 부지하세월이다. 한동안 이 대통령 특유의 뜸들이기 인사로 이해되기도 했지만, 시간 상으로나 해당 부처의 심각한 업무 공백 상태로 보아서나 이미 이해 한도를 넘어섰다. 연평도 도발 후속 대응의 일환으로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개편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신중한 인선이 미덕일 때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지나친 지연은 결국 권력 주변의 협소한 인재 풀이나 대통령의 영향력 저하를 드러낼 뿐이다. 인선을 서둘러 정부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야말로 권력누수를 늦출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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