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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 차이로… '죽지않는 마초' 베를루스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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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 차이로… '죽지않는 마초' 베를루스코니

입력
2010.12.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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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 이탈리아 총리가 다시 한번 살아났다. 10대 성매매 추문과 난잡한 파티 등 갖은 스캔들과 부정부패,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각료들마저 잇따라 사퇴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리자 '의회 신임투표'라는 강수를 던졌는데 이번에도 통했다.

14일 이탈리아 상하원은 각각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쳤는데 모두 부결됐다. 이로서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2013년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동력을 얻게 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불같이 일었던 터라 표결 직전까지는 이번에야말로 베를루스코니를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세 차례나 총리직을 거머쥔 노련한 정치인 베를루스코니는 "정부에 지지를 던지는 중도 및 중도우파 의원들을 입각시키겠다"고 제안하며 불신임이 확실시됐던 하원을 다독였다.

이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상원에서 신임 162표 대 불신임 135표로, 하원에서는 신임 314표 대 불신임 311표로 승리했다. 표결 도중 난투극이 벌어져 잠시 표결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집권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원 신임투표의 승리는 점쳐졌으나, 지난 7월 베를루스코니와 결별을 선언한 과거의 동지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이 버티고 있는 하원의 사정은 크게 불리했던 상황이다. 단 3표 차이로 명운이 갈린 것이다.

피니 의장이 이끄는 이탈리아미래와자유(FLI) 소속 의원 35명(총원 38명)은 신임투표에 앞서 베를루스코니에게 사퇴종용을 청원했다. 하원 재적 의원 630명 중 베를루스코니 사임을 강력히 요구해온 야당 272명과 이들을 합할 경우 집권당 의석(308석)보다 많아져 이탈리아 언론들도 불신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부동층 12석과, 피니 측 의원들 가운데 청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3명 중 일부가 베를루스코니 편으로 붙었다. 일각에선 베를루스코니가 야당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등 적극적인 로비를 펼쳤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날 의회 표결이 진행된 로마 의회 주변은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여기저기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경찰은 의회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폐쇄한 채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신임 소식이 알려지자 주요도시에서 학생과 노조원 등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폭죽과 유리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여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미디어계 거물 출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 인생은 사실상 막다른 길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달 17세 모로코 댄서와 밤샘파티를 수차례 벌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한번 '마초 수상'이미지를 전세계에 떨쳤다. 지지도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시에 연정 세력이 이탈한 것은 물론이다. 유럽 재정위기 그림자도 이탈리아를 덮치고 있다. 젊은 층은 베를루스코니가 무엇보다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을 탓한다. 실업률은 8.5%로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제1야당 당수인 민주당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는 "베를루스코니의 회생은 피투성이 승리에 불과하다"며 "더 이상 정부를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생명은 신임투표로 어느정도 만회했으나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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