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경제부총리를 맡아 최전선에서 외환위기에 대처했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일> 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14일 내놨다. 국가가>
법정에서는 '국가부도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벗었지만 강 전 부총리는 "지난 10년간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경제총수로서 근신하며 지냈다"며 조심스럽게 회고록을 시작했다. 그는 그러나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것 같은 꺼림칙함을 떨치지 못해, 겪은 일들과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1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거쳐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로서 외환위기를 겪기까지의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외환위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면 으레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만든다"며 "(하지만) 한국은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일이 없으며 물론 'IMF 백서'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자들이나 개인연구소 차원의 보고서는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수습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정리한 보고서는 없다"며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도공포증'에 관한 일화들도 흥미롭다. 삼미특수강, 진로, 한보의 부도를 잇달아 겪으면서 부도공포증에 시달린 김영삼 대통령이 업무 보고 때마다 '부도를 내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 강 전 부총리는 "부도를 내지 말라는 당부는 재경원이나 금융기관에게 할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에게 해야 하는 말"이라며 "부도는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전 부총리는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김영사 펴냄. 712쪽. 2만5,000원.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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