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3일 마누체르 모타키 외무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모타키가 세네갈 공식방문 중 해임통보를 받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이란 국영TV에 그대로 촬영됐을 정도였다. 외무장관 대행에는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IAEA) 대표가 임명됐다.
갑작스런 모타키 해임은 대통령의 권력강화 조치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마디네자드가 의회 내 중도파와 권력투쟁에서 승리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서방에 이란의 얼굴 역할을 해온 모타키는 원래 아마디네자드와 2005년 대선에서 맞붙어 6위를 한 중도파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 지지자였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강력 추천으로 외무장관에 등용됐으며, 이후 아마디네자드 측은 모타키 교체를 계속 시도했다. 최근 아마디네자드 지지 의원들은 모타키가 개입하지도 않은 핵 협상 문제까지 뒤집어 씌워 그의 해임을 압박했다.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이웃 중동국들이 이란에 적대적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도 모타키의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이다. 이란의 외교가 실패했고, 누군가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후임자 살레히는 핵프로그램 책임자로서, 미 MIT 박사 출신이며 영어도 유창하다. 살레히의 중용이 이란 대외정책에서 핵 문제가 현안이란 신호이겠지만, 그 역시 언제든 아마디네자디 측근으로 교체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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