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0년에 제작돼 영화 같다는 찬사를 받았던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 이 뮤직비디오 중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조성모)이 베트남 여인(신민아)과 눈길을 교환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내년 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초연된다. 제작비 50억원을 넘긴 대작이다. 배경은 1967년 베트남. 한국군 준과 클럽 가수 린, 미군 대령 그레이슨이 삼각관계에 놓인다. 전쟁의 아픔과 사랑, 권력과 배신 등이 얽힌 이 작품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한국은 좁다”
‘천국의 눈물’에는 다국적 창작진이 대거 포진해 있다. 작곡은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은 브로드웨이에서 ‘스위니 토드’ 등을 연출한 가브리엘 베리, 무대 디자인은 2006년 토니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갈로, 음악총감독은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애드리안 베럼이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대표 김광수)과 작품을 공동 제작한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천국의 눈물’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할 계획”이라며 “브로드웨이에 진입하려면 그곳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없었다”고 다국적 창작진을 기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의 몸값은 의외로 국내 주요 창작진과 큰 차가 없다. ‘1주일에 800달러 이상’이면 만족이라는 조건이다. 추가로 발생하는 교통비, 숙박비 등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제작 과정도 다르다. 브로드웨이 배우들로 워크숍을 두 번 열어 수정, 발전시켰다. 뉴욕에서 워크숍은 배우들에게 재능 기부의 장이자 캐스팅 우선권을 얻는 자리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겨우 40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노개런티 김준수
준 역할을 맡은 김준수(시아준수)는 올해 초 첫 출연작인 ‘모차르트!’에서 회당 3,000만원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출신으로 현재 JYJ로 활동 중인 그는 명목상 노개런티로 출연한다.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공연에 투자자로 참여, 수익만큼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설도윤 대표는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회당 출연료 1,800만원 등) 최근 배우 몸값 문제가 민감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며 “소속사가 수익을 위해 김준수 출연 분량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초연 뮤지컬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건 업계의 정설이다. 창작뮤지컬은 더 그렇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티켓 값은 1층 전석 13만원으로 비싼 편이고, 한 회 매진시 매출은 1억 5,000만원. 총 60회 중 33회만 매진되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모차르트!’에서 3,000여 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꽉 차게 만들었던 김준수가 1,500여 석의 국립극장 대극장을 매진시킬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김준수 티켓 파워가 절대적인 일본 투어까지 진행되면 소속사가 손해 볼 가능성은 작다는 계산이다.
미스사이공 + 오페라의 유령?
배경이 베트남전이다 보니 ‘미스 사이공’과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클럽 가수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 설정이 특히 그렇다. 극이 오페라 ‘마지막 황후’로 시작하는 데서는 ‘오페라의 유령’ 인상도 풍긴다. 공교롭게도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 국내 제작사다.
설 대표는 “곡을 맡길 당시 프랭크 와일드혼은 ‘미스 사이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음악에서 큰 차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는 “17년 동안 계속된 베트남전에서는 수백 개의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며 “전문가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도 두 작품이 비슷하다는 지적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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