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의 이성교제를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청소년들에게 이성교제는 학업성적 다음으로 큰 고민거리이며 발달과업이다. 학교와 학부모가 청소년과 대치할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의 성장에 필요한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에 대해 알려주되, 일탈 행동은 단호히 금지시켜야 한다.
눈높이 교육과 단호한 규제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性)'이란 단어를 들으면 왠지 어색한 기성세대와 달리,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여긴다. 청소년기의 이성교제는 사회적 논쟁거리가 아니라 개인 역량의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성친구와의 신체접촉 범위에 대해선 상당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청소년들과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교사들은 성장세대의 변화하는 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나 전문적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성인식을 바탕으로 이성교제나 성 자체를 억압하거나 방치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는 동안 청소년들은 이성교제나 성충동과 같은 고민과 궁금증을 음란매체 또는 또래집단에게서 해결, 잘못된 성지식과 관념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나 교사보다 훨씬 더 남녀차별적인 성의식을 지니고 있다. 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3분의 1은 '여성이 남성의 성적 접근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여기고 있으며, 3분의 2는 '남성의 자위행위는 괜찮지만 여성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른들이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단으로 치닫는 점이다. 한쪽에선 학업을 방해하고 풍기문란 우려가 있다며 철저히 차단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연애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며 자존감을 기르도록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들은 학교 성교육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윤리적, 도덕적 관점만 취하고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불만이다. 사회와 학교는 따뜻한 관심으로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소통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다만 용납할 수 없는 일탈 행동에는 단호히 규칙과 벌칙을 적용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청소년들이 성문제를 자연스럽게 꺼내 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성 고민 상담에서 배제돼온 교사들이 교육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문제의 절반은 해결되었다고 본다.
올바른 성 의식과 자존감을
아울러 학칙과 교칙 등을 성장세대의 교육비전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미국 학교의 행동강령은 학생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교육활동 장소에서의 포옹이나 키스, 성 지향적인 접촉을 금지한다. 위반하면 부모를 소환하고, 그 정도에 따라 벌칙을 적용한다. 특히 성관계는 합의로 이뤄졌어도 법적 강간(statutory rape)으로 처벌한다.
청소년기의 이성교제는 무조건 막을 일이 아니다. 외부 간섭에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 부작용만 낳는다. 자존감을 기르도록 배려하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청소년 성문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성인들의 이중적인 성의식과 태도 등 사회 전반의 성문화도 되짚어보아야 한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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