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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방어와 방어진,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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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방어와 방어진, 제주

입력
2010.1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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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바다생선 이름을 딴 항구나 지명은 울산시 동구 '방어동'뿐일 것이다. 울산에서는 방어동이란 행정지명보다 '방어진(方魚津)'이라 부르는데 방어가 많이 잡혀 방어진이 되었다. 방어진은 예로부터 방어뿐만이 아니라 멸치, 상어, 대구, 청어 떼가 몰려드는 풍성한 항구였다.

방어가 뛰놀던 바다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서고부터 1m 이상 크기의 방어가 사라졌다. 그 때 방어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 값이었다고 한다. 방어진은 1930년대 일제가 어업전진기지로 발전시켜 전화가 있고, 전기가 들어오고, 영화가 상영되는 '엘도라도'였다. 우리나라 생선들의 이름이 그러하듯 방어도 이름이 많다.

한반도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면서 이북에서는 마래미, 강원도에서는 방치마르미, 경북에서는 사배기, 울산에서는 방어라 부른다. 더러 남해안에서는 일본이름으로 야주라고 부르는데 야주는 큰 고등어 만한 물고기로 대형 물고기인 방어와는 족보가 다르다. 이젠 제주가 방어의 일번지가 되었다.

제주에 가면 나기철 시인이 방어회를 즐긴다. 시인은 눈이 오는 날이면 눈 속에 방어회를 묻어 얼렸다가 안주로 삼는다. 붉은 살점, 듬성듬성 썰어 놓아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이미 제주 모슬포 방어축제도 끝났지만 제주 가서 눈 맞으며 눈에 언 방어를 안주로, 홀어머니 돌아가시고 섬처럼 외로워진 나기철 시인과 찬술 한 잔하고 싶어진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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