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의 사퇴로 대장급 인사의 폭이 커질지 여부는 그 동안의 관례를 깨는가에 달려 있다.
육군 대장급 인사에는 크게 두 가지의 관례가 적용돼 왔다. 하나는 각군 사령관과 직속 상관인 총장에 동기생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육군사관학교 출신 가운데는 이런 전례가 전혀 없다. 다른 하나는 대장급에 해당하는 보직을 세 번 이상 맡지 않는다는 것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장 진급 후 보직을 옮겨가며 전횡을 휘두르던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육사 31기인 황 총장의 후임으로는 육사 32기 동기생인 박정이 1야전군사령관, 김상기 3군야전사령관, 정승조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과 학군 13기(육사 31기급)인 이철휘 2작전사령관이 물망에 올라 있다. 관례에 따른다면 박 사령관과 김 사령관 가운데 한 명이 총장에 기용될 경우 다른 한 명은 용퇴해야 한다. 정 부사령관은 지휘계통에 있지 않아 상관없지만 대장급인 야전군사령관 두 자리가 공석이 되기 때문에 대폭의 장성 인사가 불가피하다.
정 부사령관이 총장이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합사 부사령관과 1ㆍ3군야전사령관이 동시에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정 부사령관은 이미 대장 보직인 1야전군사령관과 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쳤기 때문에 총장이 되면 세 번째 보직이어서 또 다른 관례를 깨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례는 관례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령관 중 한 명이 총장이 되더라도 나머지 동기생들이 내년 4월이나 10월 정기인사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또한 한 기수 위인 이 사령관이 총장이 될 경우 자연히 기수서열이 맞아 추가 소요가 없을 수도 있다. 군인들의 보직이동이 겹쳐 대비 태세 취약 시기인 연말연시에 최고 지휘관인 대장까지 대폭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장 인사를 하더라도 (대장으로 진급할) 중장 소요 하나만 더 발생하기 때문에 나머지 장군 인사는 예정대로 할 것”이라며 “더구나 총장 사임은 해ㆍ공군 인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장 자리를 여러 개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군은 16일 오전에 장성급 인사를 하고 오후에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신임 육군 참모총장 인사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한편 황 총장의 사임에는 현 정부의 공정사회 기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위야 어떻든 국민의 상식에서 어긋난 재산 형성에 대해 군 안팎에서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날 “(외압 없이) 개인 판단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며 도덕적 차원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 불거진 군 지휘부의 책임론을 총장이 짊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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