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일이다.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으로 빚어진 천주교 내부의 갈등과 비난은 종교적 모습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급기야 어제는 천주교 원로사제 25명이 정 추기경에게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3월의 주교단 결론과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10일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추기경을 강하게 비난했다.
비난의 근거는 정 추기경의 8일 발언이다."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 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이 아니다.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주교회의의 결정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물론 추기경 측의 설명은 다르다. "4대강 사업에 무조건 찬성한 것도, 주교단의 합의정신을 어긴 것도 아니며 주교회의의 결정을 자세하고 분명하게 해석해 설명한 것"이라며 "반대나 중지 등의 표현이 없었는데도 반대로 적극적으로 해석한 분(신부)들로 인해 4대강 개발에 찬성하면 죄가 된다는 혼란을 느끼고 있는 신자들을 향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추기경의 해석이 주교단의 결정과 다소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나 입에 올릴 법한 "정부를 편드시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는 식의 말투로 추기경의 종교적 양심까지 의심하는 것은 지나치다. 한국천주교 전통에서 볼 수 없었던 노골적이고 극단적인 집단 반발이 사제로서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나아가 4대강 사업을 단지 종교적 양심과 논리 하나로만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4대강 사업을 놓고 천주교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 사이에까지 분열과 갈등의 골이 생긴 지 오래다. 추기경 측이 4대강 문제는 신앙의 문제가 아니며, 이번 발언이 신자들의 양심에 평화를 줘야 한다는 사목적 의도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0여일 후면 아기예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이다. 교회 내부부터 사랑과 평화, 용서와 이해를 되찾는 기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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